카이스트 교수 퇴직 후 한마음교육봉사단 만든 장성 출신 최병규 단장
2015년부터 퇴직 교수들과 운영…장성 110명 등 2000명 졸업
자녀들은 미국서 원격 수업…18일 장성가족센터서 장학금 수여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다문화가정 엄마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은퇴 교수들이 뭉쳤다.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했던 장성 출신 최병규 단장은 2015년 다문화가정 엄마와 자녀를 위해 한마음교육봉사단을 설립했다. 봉사단은 다문화 가정 엄마에게 초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다문화엄마학교’와 중·고교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교육하는 ‘한마음글로벌스쿨’을 열고 있다.
“2021년 인구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신생아의 6%가 다문화가정이에요. 최근 교육부통계에서 1년 사이에 초·중·고 학생은 6만5000명이 줄었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1만3000명이 늘었죠.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우리 미래의 자산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입니다.”
최 단장은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잘 스며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등 자녀를 둔 엄마들을 먼저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교육할 때 어려운 점은 엄마가 소통이 잘 안 되는 점입니다. 한국말이 서툴러 학교에서 자녀가 무슨 교육을 받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고,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해도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해요. 아이들의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죠.”
엄마학교에 입학하면 태블릿 pc와 교재 등을 지원받아 초등학교 5~6학년 내용의 7과목을 배운다. 일하는 시간을 피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2주에 한 번은 센터에 나와서 대면 수업을 한다. 매주 시험을 거쳐 5개월 동안의 교육을 마친 후 졸업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전국 35개의 엄마학교에서 2000명이 졸업했으며 지난해 장성은 110명 정도가 졸업해 전국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 단장은 “교육생 93%가 끝까지 완주한다”며 그 비결로 ‘모성애’를 꼽았다. 엄마가 스스로 공부해서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자녀들을 잘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엄마학교 졸업생의 중·고등학생 자녀들은 ‘한마음글로벌스쿨’에서 영어와 수학을 배운다. 학생들은 은퇴한 이공계 교수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등 이번 학기에는 38명의 교수가 함께하고 있다.
봉사단은 오는 18일 장성 가족센터에서 장학금 수여식을 갖는다. 장성 엄마학교 졸업생인 베트남 여성이 지난 3월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교육을 이어가려는 자녀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한마음글로벌스쿨을 다니던 중학생 두 아들이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계속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물어봤죠. 저희 교수들이 장학금을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아이들이 도움을 받아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간 후원으로 운영해가는 봉사단은 총 35곳 중 11군데는 학생 모집이 중단됐다. 전남에서도 10개 중 담양과 나주 학교는 문을 닫았다. 최 단장은 다문화가정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며 지자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촌 아이들이 교육 문제로 떠나지만, 우리는 많은 분의 힘으로 만든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지역에 나누고 있습니다. 대학원생만 지도했던 저희가 어린 아이들을 잘 교육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키우고, 선순환 사회 구조를 이루는 게 우리 봉사단의 역할이자 교육자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성에서 자라면서 도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어요.”
최 단장은 “광주 전남 모든 시군구에 다문화엄마학교 깃발이 꽂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오는 가을에 화순 다문화엄마학교가 전남에서 11번째로 개교할 예정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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