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대로 연기만…래퍼·프로선수·의사까지 찾아간 ‘그곳’

김혁준 기자(kim.hyeokjun@mk.co.kr) 2023. 3. 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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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병무청 합동 수사결과 발표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로 병역면탈
래퍼 나플라, 라비 등 유명 연예인
프로운동선수에 공무원도 포함
브로커와 면탈자, 공범 등 137명 기소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브리핑룸에서 구상엽 1차장검사와 병무청 김종호 차장은 병역면탈 및 병무비리 사건 관련 검찰과 병무청의 합동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연합뉴스>
허위 뇌전증 환자로 속여 병역을 면탈하고 수억 원을 챙긴 이른바 ‘뇌전증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이 3개월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3일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브리핑룸에서 병역면탈·병무비리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합동수사팀은 면탈을 주도한 브로커 2명을 구속기소하고 병역면탈자 109명과 공범 21명, 출근기록부 등을 조작한 공무원 5명 등 총 137명을 적발해 병역법위반과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병역면탈 사건은 병역 브로커 구 모 씨(46)와 김 모 씨(37)가 작성한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통해 연예인과 프로운동선수 등 108명의 병역의무자들이 병무청을 속여 병역을 감면받은 사건이다. 브로커들은 건당 300만~1억1000만원의 돈을 받으며 병역면탈 사건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와 한의사 등 병역면탈자들의 가족과 지인 20여명이 브로커와 적극 공모해 면탈을 도운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병역면탈자 중에는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30)와 배우 송덕호(본명 김정현·30)와 배구선수 조재성(OK금융그룹·28) 등 프로운동선수와 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병역브로커 범죄수익 16억147만원의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지자체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업무와 관련한 조직적 병무비리 단서도 포착하고 직접 수사에 나서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과 서초구청 복무담당 공무원 등 5명을 기소했다. 해당 공무원들은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31)가 병역브로커 구 씨를 통해 허위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141일간 서초구청에 출근한 적이 한 번도 없음에도 정상출근하며 복무에 부적합한 것처럼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래퍼 나플라가 브로커 구씨에게 약 2500만원의 금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구청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구상엽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병무행정과 병역의무는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공문서 허위작성등 병무청을 속이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입시비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만큼 앞으로도 병무청과 협력해 수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제도개선을 약속하며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병무청은 △병역판정검사 정밀화 △병역면탈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 △특별사법경찰 직무범위 확대 추진 △병역면탈범죄예방 캠페인 및 행정사 교육 등 구체적 개선사항을 제시했다.

병무청은 소변검사로 약물 복용 유무만 판별하던 기존의 소변검사에 혈액검사를 추가해 지속적인 약물 복용 여부와 약물 농도를 확인할 예정이다. 병역면탈 시도가 있거나 4~6급 판정이 증가한 질환은 ‘중점관리대상질환’으로 추가 선정하고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신체등급을 최종 판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4년까지 병역면탈 통합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4~6급 판정자의 자격·면허 취득 정보, 범죄이력, 병역처분 변경 신청 이력 등을 종합해 면탈 의심자를 색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병무청은 별도관리자와 복무부실 우려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불시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기존에 1인당 500여명을 관리하던 복무지도관도 증원하겠다고 알렸다.

김종호 병무청 차장은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한뇌전증학회와 법조인 등 전문가 자문을 거치겠다”며 “다시는 여러가지 병역면탈 범죄가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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