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사기 이후 강서구에서 주목받는 부동산

아파트 전세 회복의 이유

세입자들이 전세 사기 우려로 빌라를 꺼리면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임대 시장 동향을 알아봤다.

◇작년 수준 거의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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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예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3만8076건으로 1년 전(3만8416건)과 거의 비슷해졌다. 작년 4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1년 전보다 15%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회복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최근 시중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졌다”며 “월세나 빌라 전세를 선택하던 세입자들이 전세로 돌아오면서, 아파트 전세 거래가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4월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만1369건으로, 한 달 전(4만5544건)보다 9.2% 줄었다. 연초(5만4666건)와 비교하면 24.3% 급감한 수치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작년에 쌓였던 아파트 전세 매물이 지난 2월 이후 대거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작년 하반기 급락하던 것에서 벗어나 소형 평형부터 서서히 회복 중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1월 초만 해도 주간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은 1% 안팎을 기록했는데, 4월 셋째주는 -0.17%까지 낙폭이 축소됐다. 지난 1월 둘째 주(-1.11%) 이후 13주 연속 하락폭이 줄어든 것이다.

◇빌라와 가격 비슷한 아파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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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중에서도 특히 소형 아파트 전세 거래가 많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빌라가 가장 밀집한 지역인 강서구가 대표적이다. 강서구는 3월 체결된 아파트 전세 거래 801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432건)가 전용 60㎡ 미만 소형 아파트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 소형 전세 거래 비율이 41.2%인 것과 비교하면, 강서구는 이보다 13%포인트 가까이 높다.

예를 들어 강서구 가양동 ‘가양2단지’의 경우 3월 한 달 동안에만 전용 34~49㎡ 전세가 24건 체결됐다. 전용 34㎡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1억5500만~1억9500만원 수준으로 빌라 전세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는 덕이다. 강서구 한 공인 중개사는 “인근 신축 빌라 전세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구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사례를 보면 직장인 이모(32)씨는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전용 37㎡ 아파트 전세를 보증금 2억6000만원에 최근 계약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빌라 전세 사기가 급증하면서, 현재 거주 중인 인근 신축 빌라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아파트 전세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오래된 아파트는 살기 불편하고 전세가격도 비싸 별생각이 없었다”며 “하지만 빌라는 사기를 당할까 무서워, 낡았지만 아파트로 옮기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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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 전세는 빌라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다 2020년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저렴한 빌라나 오피스텔이 주목받았다가, 빌라 전세 사기 이후 아파트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빌라와 비교할 때 아파트는 시세를 쉽게 알 수 있어, 전세 사기의 가능성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상대적으로 전셋값 대비 매매가격이 높아,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빌라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0%에 달하는 반면, 아파트 전세가율은 53.6%로 낮다. 아파트는 집값이 전셋값의 거의 2배쯤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전세가율이 낮을수록 깡통 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낮아진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