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예상보다 1년 이상 빠르게 진화합니다.
2022년 7월 첫 하늘을 날았던 이 전투기는 이제 단순히 하늘에서 적기를 격추하는 공대공 전투기를 넘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본격적인 다목적 전투기로 거듭나고 보입니다.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6859억원 규모의 추가무장시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초 2028년 말로 계획됐던 공대지 타격 능력이 2027년 전반기에 조기 확보될 전망입니다.
이는 단순한 일정 단축이 아닙니다. 전투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실전 능력'을 더 빨리 갖추고, 해외 수출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긴 결정인 것이죠.
블록1에서 블록2로, 진화의 속도를 높이다
전투기 개발에서 '블록(Block)'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단계별 성능 향상을 의미하는데, KF-21의 경우 블록1은 공대공 전투 중심의 기본형이고, 블록2는 여기에 공대지 타격 능력까지 더한 완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블록1 전투기를 먼저 공군에 인도한 뒤, 몇 년 후 블록2 능력을 추가하는 순차적 접근을 택할 예정이었죠.

하지만 이번 추가무장시험 사업 계약으로 이 일정이 대폭 앞당겨졌습니다.
2026년 하반기부터 공군에 인도될 초기 양산 기체들이 블록1 상태로 배치되더라도, 불과 몇 개월 후인 2027년 전반기부터는 공대지 능력이 검증되고 실전 배치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체계개발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에 다음 단계 능력을 미리 준비하는 '병렬 개발' 방식으로, 개발 리스크는 높아지지만 전력화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전략입니다.
KAI는 이미 제작 중인 양산 기체 일부를 활용해 공대지 무장 시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기존 공대공 미사일 중심이던 무장 체계에 폭탄과 유도탄 같은 공대지 무장을 통합하고, AESA 레이더와 항전장비들이 지상 표적을 정확히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지를 실제 비행 환경에서 검증하는 것이죠.
3단계 시험평가, 검증된 능력부터 즉시 전력화
이번 추가무장시험 사업의 독특한 점은 '단계별 시험평가'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승인된 수정안에 따르면, 전체 시험은 3개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단계에서 검증이 완료된 능력부터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됩니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접근법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모든 무장과 기능에 대한 시험이 완벽하게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전력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미 검증된 능력조차 몇 년씩 묶여 있게 되죠.
반면 단계별 접근은 예를 들어 1단계에서 일반 유도폭탄 운용 능력이 검증되면 바로 실전 배치하고, 2단계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 능력이 추가로 검증되면 그것도 곧바로 적용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공군에게도 이점이 있습니다. 조종사들이 새로운 무장 체계를 단계적으로 익힐 수 있어 전술 개발과 훈련이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다음 단계에 반영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는 더욱 완성도 높은 전투기가 탄생하게 됩니다.
NATO 표준 무장부터 국산 극초음속까지
KF-21의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설계 단계부터 NATO 표준 항공 무장 운용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국제 JDAM 유도폭탄, 프랑스제 스칼프 순항미사일, 독일제 타우루스 벙커버스터 등 서방 진영의 주요 공대지 무장들을 모두 통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무기들을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산이죠.

하지만 진짜 게임 체인저는 국산 무장의 통합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천룡'은 KF-21의 핵심 무장이 될 예정입니다.
사거리 500km 이상에 3중 위성항법장치를 갖춰 정밀도가 높고, 벙커버스터 탄두로 지하 요새도 파괴할 수 있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최대 6개 표적 정보를 사전 입력해두면, 발사 후 전투기가 이미 귀환한 뒤에도 미사일이 스스로 순차적으로 표적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극초음속 공대지 미사일(HAGM) 개발도 KF-21 탑재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길이 4.1m, 직경 0.6m의 이 미사일은 220kg 탄두를 장착하고 마하 5~10의 속도로 500~1000km 거리의 표적을 타격합니다.
극초음속이라는 것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방공망으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강화 콘크리트로 된 지하벙커나 고가치 전략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최적화된 무기체계인 것이죠.
수출 경쟁력의 핵심 변수, 무장 통합 범위
글로벌 전투기 시장에서 기체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무장 통합 범위'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전투기라도 운용할 수 있는 무장이 제한적이라면 실전 가치가 떨어지죠. 특히 공대지 무장의 다양성은 전투기의 작전 유연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KF-21이 NATO 표준 무장과 국산 무장을 모두 통합한다는 것은 잠재 수출국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서방 무장 체계를 이미 운용 중인 국가들은 기존 재고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반대로 미국이나 유럽의 무기 수출 규제에 제약을 받는 국가들은 한국산 무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FA-50 경공격기를 운용 중인 이라크, 태국, 폴란드 등은 자연스럽게 KF-21의 잠재 고객군입니다.
이미 한국제 항공기의 정비 체계와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KF-21 도입 시 추가 비용이 크게 절감되죠.
업계에서는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이 특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합니다.
공대지 능력 조기 확보는 이러한 수출 협상에서 결정적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쟁 기종들과 비교할 때, "우리 전투기는 이미 모든 시험이 끝났고 즉시 인도 가능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엄청난 강점이 되는 것이죠.
특히 지역 분쟁이나 안보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은 당장 실전 투입 가능한 전력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맞춤형 시험·검증 능력의 증명
차재병 KAI 대표이사는 이번 추가무장시험 사업의 의미를 "고객 요구도에 맞춘 맞춤형 시험·검증 능력 증명"이라는 관점에서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KF-21 자체의 성능 향상을 넘어서는 전략적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전투기를 수출할 때 구매국들은 자국의 특수한 작전 환경이나 전술적 요구사항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막 지형이 많은 중동 국가는 모래먼지 대응 능력을, 섬나라는 해상 작전 능력을 강조하죠.
이러한 맞춤형 요구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기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추가 시험과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KAI가 이번 추가무장시험을 통해 3단계 단계별 검증 방식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이는 곧 "우리는 여러분이 원하는 특수 무장이나 기능을 추가로 통합하고 검증할 능력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글로벌 시장에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단순 제품 판매자가 아닌,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방산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전략적 타이밍, 글로벌 전투기 시장의 공백을 노린다
KF-21의 공대지 능력 조기 확보는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현재 글로벌 전투기 시장은 흥미로운 공백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의 F-35는 최고 성능을 자랑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수출 승인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유럽의 라팔이나 타이푼은 검증된 기종이지만 신규 주문 시 인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중국의 J-10이나 러시아의 Su-35는 저렴하지만 서방 무장 체계와의 호환성 문제가 있죠.

KF-21은 바로 이 틈새를 공략합니다.
가격은 F-35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서방 기술 기반으로 개발돼 NATO 표준과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2027년부터 완전한 공대지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4.5세대 전투기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옵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미 한국산 방공 시스템과 자주포를 대량 도입했고, 방산 협력 관계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KF-21까지 더해진다면 한국은 이들 국가의 핵심 방산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죠.
일부 전문가들은 KF-21의 첫 수출 계약이 이르면 2026~2027년경 중동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번 추가무장시험 사업은 단순히 전투기 한 대의 성능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신뢰성', 그리고 '적시 대응 능력'이라는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진정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인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보라매가 이제 지상의 적까지 제압하는 완전체로 진화하면서, 한국 방산의 비상도 함께 가속화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