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쏘 스포츠'로 시작된 쌍용 픽업트럭의 역사
픽업트럭은 태생부터 멀티태스킹을 위해 태어난 차량입니다. 넉넉한 적재함으로 잡다한 짐을 때려 넣기에 편리하면서 훌륭한 견인력과 내구성은 기본, 승차감도 웬만한 SUV 못지않죠. 때문에 픽업트럭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을 세단과 SUV, 트럭을 모두 커버하는 다목적 차량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형급을 넘어가면 가격도 이들을 합친 만큼 비싸지죠.
간단한 짐을 나르기 위해 세단이나 쿠페의 뒷부분을 잘라 시작됐던 픽업은 점차 용도와 목적에 맞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정통적인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사용해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발전한 것은 물론, 승용 설계를 접목해 레저와 범용성의 초점을 맞춘 모델이 등장하기도 했죠. 포니 픽업하면 '아~' 하시는 분들 있을 거예요.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쌍용차의 픽업트럭 시리즈는 SUV를 베이스로 파생된 'SUT', '스포츠 유틸리티 트럭'으로 분류됩니다. GMC의 '허머', 혼다의 '릿지 라인', 최근 국내 출시된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베이스 모델의 용도를 생각하면 차의 성향이 어느 쪽으로 맞춰져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죠.
찾아보니 쌍용차가 픽업트럭을 만든 것이 뜬금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1963년 쌍용자동차의 전신인 '하동환자동차공업사'에서 HDH 픽업트럭을 내놓은 게 시작이었어요. '새나라자동차'에서 닛산 '블루버드'를 들여와 생산한 '새나라'의 앞부분에 적재함을 연결해 만든 차였죠. 그 이후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무쏘 스포츠'가 출시됐고 그 역사를 계승하게 됩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뉴 무쏘'를 기반으로 트렁크를 잘라 적재함을 장착했던 무쏘 스포츠는 당시 고급 SUV 이미지가 남아있던 뉴 무쏘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메리트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장이 5m에 가까운 늠름한 크기, 전면부와 실내는 SUV 무쏘와 완전히 동일했고 개방된 적재함 덕분에 측면과 후면부만 달랐는데, 애프터 마켓에서 하드탑을 장착하고 감쪽같이 SUV로 변신했죠.
물론 1톤 트럭에 비하면 가격도 비쌌고 적재함 크기도, 적재 중량도 애매해 실질적인 트럭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적재함을 장착하면서 수직으로 떨어진 뒷좌석도 SUV와 비교하면 좀 불편했죠. 그럼에도 SUV나 다름없는 든든한 안정성과 특유의 스타일과 실용성, 4륜구동이 들어가면서 SUV 못지않은 험로 주파 능력까지 갖춰 레저를 즐기려는 소비자나 1톤 트럭만을 이용해 왔던 농어업, 자영업 소비자도 많이 구매했습니다.
특히 화물차로 인증을 받아 무쏘 SUV와 동일한 5기통 2,900cc 고배기량 디젤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자동차세가 화물차 세금 연 28,500원에 불과해 거의 면제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유지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쏘 SUV와 비교해도 수십만 원 차이가 나버렸으니까요.
다만 화물차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1차선 주행 금지 등 기본적인 제약도 같이 따라왔죠. 이때부터 혜택만 누리고 법규는 나몰라라는 운전자가 많아졌는데 이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죠.
2006년 배기가스 규제와 차체 노후화, 결정적으로는 화물차법이 강화되면서 화물차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무쏘 스포츠가 단종이 됐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무쏘 스포츠를 통해 수요가 있음을 확인한 쌍용차는 후속 모델을 준비했고 코란도의 포지션을 이어받은 액티언을 베이스로 한 '액티언 스포츠'를 내놨습니다. 한 체급 작은 SUV를 베이스로 만들었지만 무쏘 스포츠와 크기가 비슷했고 휠베이스와 차체 이곳저곳을 늘려 새로운 화물차 규정도 만족시켰습니다.
액티언 SUV와 동일한 4기통 2,000cc 디젤 엔진과 5단 수동 및 4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고 배기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호쾌한 가속감을 선사했습니다.
덤으로 엔진룸의 크기가 작아져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적재함을 키웠음에도 무쏘 스포츠와 차이가 크지 않았죠. 뒷좌석 불편한 건 여전했지만요. 조수석 에어백, ABS, 6매 CD 체인저 등 안전 편의 장비를 챙겨 상품성도 높였습니다. 4륜구동은 당연히 포함됐고요.
여전히 애매한 적재함 용량이었지만 무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건설 현장, 자영업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특히 더 확산된 레저 문화로 동급 SUV 대신 액티언 스포츠를 선택하는 일반 소비자도 늘었습니다. 액티언 SUV보다 액티언 스포츠가 훨씬 많이 팔릴 정도였으니까요. 액티언의 실험적인 디자인이 액티언 스포츠에서는 조금 희석되긴 했죠.
아직도 도로 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초기 연식의 경우에는 배출가스 5등급에 해당하는 차량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운행 제한 대상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후기 연식 모델은 유로4의 대응했기 때문에 배출가스 문제는 피했지만 기존 4단을 대체하고 장착된 비트라 6단 변속기가 보령 미션에 버금가는 악명을 떨쳤죠.
코란도 C로 코란도 브랜드를 부활시킨 쌍용차는 2012년 코란도 스포츠를 출시합니다. 이름과 디자인이 크게 바뀌어서 풀체인지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는데, 정확히는 액티언 스포츠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란도 C는 액티언과 달리 프레임과 차체가 일체형인 모노코크 바디를 채용했기 때문에 파생 모델로 트럭을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죠.
대신 전작인 액티언 스포츠의 생김새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디자인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곡선이 가미된 액티언 스포츠와 달리 굵직한 면과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사용하면서 픽업트럭 다운 든든한 이미지를 줬고 소비자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죠. 호불호가 심했던 디자인이 해소가 되자 판매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장직에서의 수요는 여전했고 저렴한 유지비로 레저용 세컨드카로 이용하거나 귀농, 귀촌하면 떠오르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도 했죠.
실내도 언밸런스한 느낌을 줬던 원형 포인트를 사각형으로 바꾸면서 한결 깔끔해졌습니다. 카이런의 실내와 비슷해졌는데 송풍구 사이에 시계를 세로로 세운 것도 그대로 갖고 왔죠.
실내공간 크기는 동일했지만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살짝 수정해 '교회 의자'라고 불렸던 전작에 비해 그나마 탈만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차체 자세 제어장치 ESP, 썬루프, 내비게이션 등 SUV와 차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빈약하게 채웠던 안전 및 편의장비도 상당 부분 보강되면서 상품성이 상당히 좋아진 것이 특징이죠.
유로5에 대응한 최신 디젤 엔진을 탑재해 환경 부담금이 면제됐고 성능도 더 좋아졌습니다. 6단 수동 및 자동변속기는 초기에는 악명 높던 비트라 자동변속기를 사용했지만 문제가 이어지자 렉스턴에 쓰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5단 변속기로 변경했습니다. 비트라 변속기가 장착된 초기형 모델은 중고로도 구매를 꺼리는가 하면 일부 차주는 비트라 변속기를 벤츠 5단이나 최신 아이신 6단으로 교체하기도 했죠.
여담으로 다양한 특장 모델도 등장했는데 C필러 이후를 조금 늘려 뒷좌석 편의성을 높인 리무진 개조 모델이 판매되는가 하면 빠질 수 없는 캠핑카, 현대 리베로를 대신해 렉카로 사용하기도 하고, 충격과 공포의 6륜형 앰뷸런스 등 다양한 애프터 마켓 모델도 등장했죠.
또 렉스턴과 함께 군용차로 납품되면서 일선 부대에서 레토나로 알려진 K-131을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장도색과 무전설비를 갖추고 대대 및 연대급 지휘 차량으로 운영되거나 민수용 은색 모델을 다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2016년 간단한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더 뉴 코란도 스포츠'가 출시됐습니다. 2015년 주간 주행등 의무장착이 법제화되면서 LED 주간주행등이 장착됐고 익스트림 에디션 등 터프함을 강조한 모델도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유로6에 대응한 2.2L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변속기를 맞물렸고 넉넉한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G4 렉스턴까지 쓰는 '그 엔진'이죠. 고속도로에서 정말 날아다니는데 엔진이 다양하지 않은 게 좋을 때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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