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데 혈안' 주택공기업들… SH, 3기신도시 사업권 시비
공공택지 개발사업은 주택 공기업들이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은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낮은 임대료와 관리 비용으로 적자를 키우는 구조여서 SH와 LH의 부채비율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분양·임대가 둘 다 필요하지만 공공기관 부채가 증가하면 경영평가 등급을 하락시키고 성과급 미지급 등 문제도 발생해 주택 공기업들이 돈 되는 분양에만 몰두한다는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김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LH가 사업을 담당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사업에 SH 방식을 적용했다면 개발이익을 기존보다 2.1배 높일 수 있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SH도시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한 주장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LH가 판교 공공주택 사업을 통해 얻은 개발이익과 자산가치 상승분은 11조5000억원으로 만약 SH공사가 개발사업을 맡았을 경우 개발이익은 23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판교 분양계약자들의 시세차익은 23조4000억원이다. 개발이익의 54.4%를 분양계약자들이 취득한 셈이다.
SH공사가 주장한 자체 개발 방식은 '골드타운'으로 공동주택 용지를 매각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한 이른바 '반값 아파트'다. 백년주택(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장기 공공임대 중심으로 공급해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분양계약자의 개발이익 사유화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이는 불필요한 투기를 줄여 집값 안정화를 이룰 수 있고 공공성 확보와 공공자산 가치 상승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3기 신도시 사업에 SH공사가 공동 참여하거나 SH의 개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이전에도 3기 신도시 사업에서 LH 지분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해 왔다. 3기 신도시 총사업비에서 LH 지분은 65~9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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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아이 지방공공기관통합공시에 따르면 SH공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2.4%, 67.7% 감소해 1조2994억원, 552억원을 기록했다. SH공사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LH는 SH공사의 주장에 대해 일방적인 연구라는 입장을 내놨다. LH 측은 "해당 연구의 세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어서 LH가 반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공공기관은 정부 지침을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는 3기 신도시 개발사업에 SH공사가 참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놨다. 관련법에 따라 개발이익이나 손해가 타 지자체로 이관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SH와 LH의 신경전은 2021년 김 사장 취임 이후부터 줄곧 이어졌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김 사장은 SH공사가 건설한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를 정기 공개하며 LH에도 공개를 요구해왔다. 민간기업의 분양원가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만 공기업은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하고 분양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LH는 "공식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LH와 SH는 자금력과 인력 규모의 차이가 크고 SH공사가 서울에 재투자할 경우 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와 LH의 사업비는 지난해 기준 각각 4조1163억원, 30조2000억원으로 7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이익을 놓고 중앙-지방정부 산하 거대 공기업이 대립하는 모습에 사회적 손실이라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지방공기업은 각자 사업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3기 신도시의 경우 규모가 크다 보니 공동 참여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며 "사업 배분은 각 공기업이 아닌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할 문제"라고 제언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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