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 공시된 유상증자와 재무제표 숫자가 말하는 것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6도까가지 떨어졌다.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다. 최저 기온 기록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 위기의 여파인지 최근 몇 년간 여름, 겨울의 기온 진폭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난방 관련 기업의 주가는 어떨까? 기온이 뚝 떨어진 만큼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5.5% 급등했다. 역시나!

그런데 보일러 기업인 경동나비엔은 영 시원치가 않다. 재작년 북미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과 실적(매출액 1조3000원, 영업이익 1325억원)에 힘입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하향세가 가파르다.
제철을 맞은 보일러 회사가 왜 추운 겨울조차 힘을 못쓴다. '재무제표 숫자 너머의 이유'를 추리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주가 하락의 핵심 원인은 '주식 가치의 희석과 구조적인 수익성 하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공시된 유상증자(2025.11.25)와 재무제표에서 숨겨진 세 가지 결정적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시장이 직접적으로 반응한 원인은 종속회사 경동폴리움의 1196억원규모의 유상증자다.

경동나비엔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경동폴리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데 주당 약 9만 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이는 경동의 현금 흐름에 단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업이 시설 투자(공장 신설 등)를 위해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긍정적이지만, 시장은 당장 나가는 '현금'과 늘어 나는 주식 수에 따른 '가치 희석'에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을 해줄 수 있는 현금을 '지금 말고 미래를 위해 쓴다'는 건데 굳이 '지금, 내 지분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2025년 3분기 연결 손익계산서와 주가를 대비해 보면 매출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이익이 시장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 알 수 있다. 여전히 북미 지역 매출 비중(59%)은 강력하지만 원가율 등 비용 측면에서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다.
전년 동기 비교를 해보면 약점이 드러나는데 매출액은 2024년 3분기 약 3227억원에서 2025년 3분기 약 3060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3분기 약 368억원에서 2025년 3분기 약 80억원으로 78.3%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8.8% 하락으로 누적(1~9월) 기준으로는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매출 원가율(매출액 대비 원가 비중)이 51.2%에서 61.8%로 10% 이상 치솟으며 이익을 갉아먹었다.

2025년 3분기 매출의 또 다른 특징은 '북미 시장의 일시적 정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동나비엔 수익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북미 시장'이 2025년 3분기 16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게다가 관세와 물류비가 부담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에 따라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나 관세 인상 우려는 경동나비엔에게 선제적인 비용 부담(현지 재고 확보 비용, 물류 경로 변경 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민감하다. 북미 매출 자체가 줄어든 것을 수출 둔화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 관련 손익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준다. 경동나비엔 스스로도 3분기 보고서의 '위험관리' 항목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평가 손실 위험이 언급할 정도다.
숫자로만 보면 경동나비엔 주가 하락은 '미래 성장을 위한 값비싼 통행료'를 내는 구간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자금이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생산 라인 증설 등에 쓰인다는 점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은 요즘 날씨처럼 냉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