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거절한 내 보험금…"왜 추가 심사인지" 설명이 없다
금융당국, AI 편향성 막고 소비자 이의제기권 보장 가이드라인 마련

보험금 청구와 심사에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되면서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추가 심사나 지급 지연 대상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판단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고 재심사 절차를 안내하는 등의 소비자 보호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 서류 인식, 자동심사, 즉시 지급 시스템, 보험사기탐지시스템 등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소액·단순 청구 건은 자동심사를 거쳐 신속 지급하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건은 사람 심사로 넘기는 방식이다.
일례로 삼성화재의 경우 암·뇌혈관·심혈관 관련 청구 등 정형화된 의료심사 영역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관련 청구 건의 약 80% 수준을 AI 의료심사로 처리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S-PASS 즉시지급이 전체 지급 건의 7~8% 수준에 적용되고 있으며, 입원·통원·골절·수술 등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청구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내부 기준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지다. 보험금 청구자가 받는 안내는 대체로 ‘추가 심사중’, ‘서류 확인 필요’, ‘심사 지연’ 등으로 표시된다. 이 경우 AI 자동심사에서 제외된 것인지, 담당 심사자가 별도 확인 중인 것인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AI가 보험금 심사의 보조 수단일 뿐, 모든 청구 건의 지급 결정을 AI가 단독으로 내리는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소비자가 심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콜센터나 홈페이지, 민원 창구 등을 통해 재심사 요청을 받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판단이 어려운 건은 담당자가 직접 확인하고, 이의제기 건도 담당자와 결재자가 다시 살펴보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보험사들이 내부적으로 재심사 절차를 두고 있더라도, 소비자가 실제 안내 단계에서 추가 심사로 넘어간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손보험처럼 청구 건수가 많고 소비자 접점이 넓은 상품은 지급 속도뿐 아니라 심사 과정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AI가 어떤 기준으로 추가 심사 대상을 분류하는지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더라도,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낄 때 어느 창구에 이의를 제기하고 누가 다시 검토하는지는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부지급 판단에 AI가 활용될 경우 편향성 문제와 설명 책임, 소비자 이의제기권 보장 필요성 등을 고려해 관련 가이드라인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보험금 지급 속도와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추가 심사로 넘어갔는지, 이의를 제기하면 누가 다시 보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설명 책임과 재심사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향후 소비자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