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운명의 날’ 전운 고조…불신임 불참 야당에 이메일 폭탄

유태영 2023. 3. 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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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법을 하원을 건너뛰고 강행 처리하는 초강수를 던진 이후 프랑스에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연금개혁법안에 대해 '각료 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헌법 49조 3항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수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주말 내내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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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강행 후 곳곳서 540명 체포
대입 바칼로레아도 차질 우려
공화당 대표 사무실 파손·낙서
“당장 우리 목 벨 것처럼 나와”
불신임투표 가결 가능성 낮지만
마크롱 인기 ‘뚝’…남은 4년 빨간불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 입법화를 위해 의회 절차를 생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결정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가 지난 16일 헌법 특별조항을 적용해 연금개혁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처리하겠다고 밝힌 이후 수도 파리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주말 내내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을 건너뛰고 연금개혁법을 강행 처리한 뒤 프랑스 전역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내무부에 따르면 18일에만 7만명이 시위에 동참해 169명이 체포됐다. 16일 밤 이후 체포된 인원은 540명으로 불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을 의회 건너편 콩코르드 광장과 인근 지하철역 일부를 봉쇄 조치했다.

교통·에너지·정유·환경미화 부문 노조의 무기한 파업도 지속돼 주말 새 정유소 가동이 중단됐고 파리에 쌓인 1만t 분량 쓰레기는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20일 시작해 22일까지 치러지는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의 차질도 우려된다. 대중교통 마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데다 교사 노조의 파업 선언으로 감독관 부족 사태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다만 노동총동맹(CGT)과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은 “(수험생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며 오는 23일 예정된 제9차 시위에 집중해줄 것을 촉구했다.

야권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 가부의 열쇠를 쥔 공화당은 시위대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에릭 시오티 공화당 대표가 “혼란을 가중하지 않겠다”며 불신임안 표결에서 여당 르네상스 편을 들겠다고 밝힌 이후 니스에 있는 그의 지역구 사무실 유리창이 파손되고 벽에는 ‘불신임 투표를 지지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의 낙서가 새겨졌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전했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도 하루 수백 통의 협박 이메일을 받고 있다. 프레데리크 뫼니에 의원은 BFM방송에서 “그들은 내일 당장 우리 목을 벨 것처럼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프랑스 경찰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 반대시위 참가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에 대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겠다고 밝힌 가운데 파리와 그 외 주요 도시에는 쓰레기 수거자 파업으로 쓰레기가 길거리에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베르트랑 팡셰르 진보당(PR) 의원 외 90명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 외 87명은 연금개혁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17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을 각각 제출함에 따라 하원은 20일 오후 4시(한국시간 21일 0시) 토론 및 표결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재적 의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총리 등은 사퇴해야 하고, 법안은 자동으로 철회된다. 하원 577석 중 4석이 공석인데, 집권 르네상스가 250석, 공화당이 61석으로 둘이 합치면 과반(287석)이어서 불신임안은 부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마크롱 정부는 불신임투표가 부결되면 그 자체로 연금개혁의 정당성이 인정받는 것이라며 홍보전 강화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AFP통신에 보낸 공식 입장문을 통해 “(연금개혁법은) 수개월에 걸친 정치·사회적 협의와 170시간 이상의 토론을 걸쳐 상·하원 사이의 타협 끝에 나온 것”이라며 “(연금개혁이) 민주적 여정의 끝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불신임투표가 가결돼 의회 해산, 조기 총선이 이뤄질 경우 극우 국민연합의 입지만 강화될 것이라며 공포심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불신임안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임기가 4년 이상 남은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외신들의 대체적 평가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져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이던 2018년 12월(2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야권과의 협치 가능성도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1600만명인 프랑스의 연금 수급권자가 2050년 2100만명으로 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113%로 높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마크롱의 주장은 옳다”면서도 “강압적인 방식의 (개혁)추진은 그의 첫 임기를 엉망으로 만든 노란조끼 시위에 맞먹는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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