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증권이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시장에서 15개 증권사 중 독보적인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이 중 현대그룹 계열사 물량이 80%를 넘어 일반 기업과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확대가 과제로 꼽힌다.
2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DB 적립금은 15조5326억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은행 12곳·증권사 15곳·보험사 16곳 등 총 43곳이다. 이 중 현대차증권보다 DB 적립금이 많은 곳은 삼성생명(43조6482억원)·하나은행(18조4894억원)·신한은행(17조9992억원) 등 3곳뿐이었다.
증권사 중 뒤를 이은 한국투자증권의 적립금은 7조6263억원으로 현대차증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이 5조6304억원, 삼성증권이 3조9835억원을 기록하며 큰 격차를 보였다.
현대차증권의 DB 경쟁력은 그룹 계열사 물량이 뒷받침한 결과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DB 적립금은 약 13조6187억원으로 전체 DB 적립금의 87.7%를 차지했다. 안정적인 대기업 계열사 고객을 기반으로 대규모 적립금을 확보한 것이다. DC 적립금 1조730억원 중에서도 계열사 물량은 7807억원으로 72.8%를 차지해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DB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삼성생명은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총 적립금 규모 순위 2위에 올랐다. DB 적립금 43조6482억원 중 계열사 물량은 28조9051억원으로 66.2%를 차지했다.
다만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성장의 한계로도 꼽힌다. 현대차증권은 계열사 의존도를 점차 낮추는 데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 기업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계열사 물량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성장의 핵심 과제는 IRP 확대다. IRP는 개인이 직접 금융회사를 선택해 가입하는 상품인 만큼 수익률 경쟁력과 투자 플랫폼 편의성·회사별 서비스 역량이 적립금 확대를 좌우한다. 계열사 물량의 영향이 제한적이라 일반 개인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현대차증권의 IRP 적립금은 2조5297억원으로, 시장 상위권에 있는 미래에셋증권(22조5418억원)·삼성증권(12조8047억원)·한국투자증권(10조8312억원)과의 격차가 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증권이 DB 시장에서 확보한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일반 기업 고객과 개인 고객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퇴직연금 사업자 간 자금 이동이 활발해진 만큼 IRP와 DC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중장기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젊은 가입자를 중심으로 직접 자산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퇴직연금 성패는 DC와 IRP 가입자 확보에 달렸다"며 "증권사는 ETF와 펀드·리츠·채권 등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을 더 부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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