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기에 돈 되는 유니폼, 13만원짜리가 40만원 ‘껑충’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등극한 특별한 유니폼…팬심(心) 수집욕 자극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주말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에 성공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야구선수의 유니폼이 단순한 응원 도구를 넘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정판으로 희소성이 높은 유니폼뿐 아니라 특정 시즌 인기있었던 유니폼의 가치가 치솟으면서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경우 ‘망그러진 곰’, 엘지 트윈스는 ‘마루와 강쥐’, 롯데 자이언츠는 ‘짱구는 못말려’와 ‘에스더 버니’등 인기 있는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한정판 유니폼이 출시되고 있다. 한정판 유니폼이 출시되는 날 판매 매장 앞에는 아침부터 방문한 팬들로 긴 줄이 형성되기 일쑤다.

▲ 인기 있는 캐릭터와 콜라보해 출시된 유니폼은 중고 사이트에서 최소 2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망곰이 유니폼 사진과 중고 거래사이트(당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 = 두산 베어스 엑스 갈무리(좌), 당근마켓 갈무리(우)]

이러한 인기는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판매 사이트만 들어가도 이를 알 수 있다. 올 시즌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의 경우 리셀가가 20만원이 넘는다. 기아뿐만 아니라 두산 베어스, 케이티 위즈도 마찬가지다. 특히 어센틱(선수들이 입는 유니폼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유니폼) 유니폼의 정가가 12만3000원이지만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는 두 배를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6월 두산 베어스는 인기 캐릭터인 망그러진 곰과 콜라보한 한정판 유니폼을 출시했다. 팀 내 인기 선수인 김택연 선수가 입은 모습이 공개되자 출시 전부터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유니폼은 구매가 가능했던 1주일 동안 빠르게 판매됐다.

이러한 인기에 두산 베어스 구단 관계자는 “망곰 유니폼 판매량만 약 2만개다”라며 “지난해 일 년 동안 팔린 홈 유니폼 약 1만6000개를 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11만 원에 출시된 망곰 유니폼은 현재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최소 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망곰이 캐릭터 자체의 인기가 한정판 유니폼이라는 가치와 함께 맞물려 형성된 가격으로 보인다.

또한 특정 기록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되는 유니폼도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기존에 출시된 가격보다 더욱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 야구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의 김도영 선수는 지난 4월 KBO리그 역대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이상을 달성했다. 이후 7월에는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히트)을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구단 최연소 30홈런-30도루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아 타이거즈는 한정판 유니폼을 세 차례 출시했다. 한정된 기간 동안 판매됐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수량에 제한이 없었던 만큼 다른 유니폼에 희소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3종 모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최초 판매된 가격보다 최소 2배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 한국 야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 선수 김도영 선수를 위해 구단은 기념 유니폼을 출시하고 있다. 구매 수량에 제한이 없어 다른 유니폼에 비해 희소성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김도영 선수(좌)와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니폼의 모습. [사진 = 인스타그램 갈무리(좌), 번개장터 갈무리(우)]

한정판 유니폼 구매를 원하는 팬들은 팀과 선수를 동시에 응원하기 위해 유니폼을 찾기 때문에 특정 선수 이름의 마킹 유무와 상관없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모습이다.

김민지 씨(32·여)는 “남성 팬들을 겨냥하기 보다 여성 팬들을 겨냥한 제품들을 위주로 판매하는 것이 좋다”며 “그 이유로는 남성 팬은 팀을 대표하거나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 한 명의 유니폼만 구매하지만 여성 팬의 경우 같은 선수라도 온갖 버전 유니폼을 다 모으기 때문에 남성 팬들보다는 여성 팬들이 좋아할 만한 유니폼을 판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킹 유무가 유니폼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빠르게 판매하고 싶다면 구단에서 인기 있는 선수의 이름을 마킹하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덕심(心)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유니폼 구매’…“비싸도 산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팬들도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콜라보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수집이 목적이 돼 비싼 가격에도 흔쾌히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을 농구 열풍으로 뒤흔든 ‘슬램덩크’의 유니폼도 중고 판매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여의도 더현대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개최됐다. 팝업스토어는 오픈런으로 문전성시가 이룰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굿즈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더현대 앞에서 하룻밤을 새워야 구매 할 수 있을 정도였다.

▲ 유니폼이 팬심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 사진은 기아 타이거즈 선수 유니폼을 구매한 한 팬의 모습. ⓒ르데스크

팝업스토어 내에서 가장 인기 있던 제품은 13만5000원에 판매되던 정대만 유니폼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4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유니폼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 하자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노지윤 씨(26·여)는 “당시 슬램덩크에 미쳐 있어서 팝업 스토어를 여러 번 방문했는데 높은 인기 때문인지 정대만 유니폼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며 “너무 갖고 싶어서 리셀을 알아보다가 결국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2배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기존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구매한 이유로 노 씨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고, 이렇게 나의 덕심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롯데 자이언츠는 ‘짱구는 못 말려’ 캐릭터와 콜라보한 제품을 출시했다. 짱구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됐고, 실제로 해당 제품 구매를 고민했던 사람과 수집을 목적으로 비싼 가격을 주고서 구매한 사람들도 커뮤니티 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홍서희 씨(27·여)는 “평소 짱구를 좋아해서 롯데 자이언츠에서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콜라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알아봤는데 워낙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 그런지 금방 품절이 됐다”며 “한정판이라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중고 시장에서 구매하려고 알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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