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코로나 XBB 변이는 델타보다 5배 독하고 치명적일까?
"과거 코로나 델타 변이보다 5배 강력하고 사망률이 높지만 기침·발열 증상이 없고 PCR 검사를 통한 탐지도 어렵다."
최근 단체 카톡방이나 인터넷 블로그, SNS 등에 '싱가포르 뉴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퍼지고 있는 글의 주요 내용입니다. 해당 글은 코로나19 오미크론의 새 변이 'XBB' 바이러스의 위력을 강조하면서 XBB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유행 때보다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악화하고 있고 신규 변이 확산 등으로 재감염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이 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방역 당국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대책을 세워야 할 겁니다.
특히 올해 2월 기준으로 과거 델타 변이의 치명률(0.70%)이 이후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0.18%) 보다 4배 정도 높았고 지금은 백신 접종과 추가변이 등의 영향으로 치명률이 0.09%로 더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XBB가 델타 변이보다 5배 독성이 강하고 사망률이 높다"는 유포 글 주장은 지금보다 수십 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말이 됩니다.
이름도 생소한 XBB 변이 바이러스가 정말 델타 변이를 5배 능가할 만큼 치명적인 것인지, 국내 상황은 어떤지 따져봤습니다.
■ WHO가 주목하는 XBB 변이, 국내서도 증가세
코로나바이러스는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로 '알파 → 베타 → 델타' 등을 거쳐 현재의 오미크론 변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만 300종이 넘습니다.
XBB 변이는 현재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의 하위변이 중 하나로 지난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이후 여러 국가로 퍼지고 있는데 면역 회피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지난달 확진자의 65%가 XBB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싱가포르 뉴스'라는 유포 글 제목은 이런 사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WHO는 XBB 변이 바이러스가 10월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1.3%의 유병률을 보이고 35개국에서 검출됐다면서 65개국에서 검출된 BQ.1 변이와 함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XBB 변이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질병관리청 분석 결과 국내 XBB 변이 검출률은 10월 2주 0.2%에서 11월 1주 0.9%로 4.5배 증가했습니다. 국내 우세종은 같은 기간 내내 90% 넘게 검출된 BA.5로 나타났습니다. 질병청은 다만 BA.5의 검출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XBB와 BQ.1.1 등 오미크론 세부계통 신규 변이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정부, "XBB 주장은 거짓"
그런데 "XBB 변이가 델타보다 5배 독하고 치명적"이라고 주장한 '싱가포르 뉴스' 글은 사실이 아닙니다.
싱가포르 보건부(MOH)는 10월 11일, 14일, 15일 3차례에 걸쳐 XBB 변이가 치명적이라는 인터넷 주장은 사실이 아니("This is not true.")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내용이 국내 온라인 공간에 공유되기 전에 앞서 싱가포르 내에서 논란이 되자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공식적인 입장을 이미 세 번이나 밝힌 것입니다. 해당 내용은 국내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고 그 내용을 모르는 누리꾼 사이에서 허위 글이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해당 글을 추적해보면 영문으로 된 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문판이 우리보다 앞서 퍼졌고 싱가포르 정부 해명 이후 한글로 번역돼 국내로 유입된 정황이 확인됩니다.
싱가포르 보건부(MOH)는 지난달 11일 성명을 통해 "XBB로 인한 국내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중증 사례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XBB가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10월 11일 기준으로 ICU(intensive care unit·집중치료실) 사례가 11건, 산소 보충이 필요한 위중증 사례는 50건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지난 몇 달 동안 관찰된 코로나 환자의 경우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전 델타 변이 때에는 ICU 사례가 171건, 산소 보충 치료는 308건이었고 오미크론 초기 파동 때에는 각각 54건과 242건으로 집계돼 XBB 변이가 더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보건부(MOH)는 사흘 뒤 또 성명을 내고 "XBB 사례는 오미크론 BA.5 변이에 비해 입원 위험이 오히려 30%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싱가포르 내에서 XBB 변이가 우세종이었던 지난 한 달간 "사망자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함부로 유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MOH는 다음날에도 추가 성명을 통해 "현재 정보에 따르면 XBB 감염 파동이 11월 중순쯤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XBB가 현재 유행하는 변종이긴 하지만 더 심각한 상황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WHO·중대본 "XBB가 더 치명적이라는 근거 없어"
세계보건기구(WHO)도 XBB 변이가 과거 델타나 현재의 오미크론보다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추적·분석하고 있는 WHO의 기술자문 그룹(TAG-VE)은 지난달 말 회의를 열어 우려되는 오미크론 변종들이 공중 보건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XBB 변이는 여전히 현재 유행하는 오미크론 위력 내 범위에 있고 다른 변이들보다 치명적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방역 당국도 같은 입장입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추적 관찰하고 있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분석단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XBB의 중증도 증가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유포 글 내용과 달리 국내 PCR검사를 통해서도 XBB변이 바이러스가 이상없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치명률이 높은데 열이나 기침 증상이 없다? 폐렴은 있는데 기침이 안 난다? 이런 얘기는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해당 주장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입니다."
- 중대본 진단분석단 관계자
■ 판정: '싱가포르 뉴스' 글 내용 → 전혀 사실 아님
온라인에 유포된 글이 '싱가포르 뉴스'라는 제목을 달아 마치 싱가포르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지만 싱가포르 방역 당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을 종합·분석하고 있는 WHO와 우리 방역 당국 모두 해당 내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한 만큼 "XBB 변이가 델타보다 5배 독하고 치명적"이라고 주장한 유포 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 추가 백신 접종률 저조로 면역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유포 글 내용 중 개인 방역을 강조한 부분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WHO의 기술자문 그룹(TAG-VE)이 앞서 "변이체의 잠재적 영향력은 지역 면역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는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변이체의 잠재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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