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년 전 영화 알려줌 #19/6월 1일] <아가씨> (The Handmaiden, 2016)
7년 전 오늘(2016년 6월 1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가씨>가 개봉했습니다.

원하는 것은 숨긴 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 <아가씨>의 네 주역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재미를 이끄는 큰 축이 됐죠.

막대한 재산의 상속자이며,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간다는 사실 외에 많은 것이 베일에 싸인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아름다움 속에 사연을 감춘 '아가씨'는 모두의 욕망의 대상이 되어 곧 깨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속내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운 면모로 긴장감을 높였는데요.

한편, 투박하고 당돌한 성격의 하녀 '숙희'(김태리)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되어 보호받는 아가씨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날 것의 생생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아비에게 길러진 고아 소녀 '숙희'는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백작'(하정우)의 계획에 가담하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아가씨를 향한 진심과 '백작'과의 거래 사이를 줄타기하듯 오가며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죠.

신분과 목적을 감추고 아가씨에게 접근해 일상을 뒤흔드는 '백작'은 여자를 유혹하는 탁월한 기술과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지닌 매력적 캐릭터입니다.
'백작'은 진짜 귀족보다 더 귀족 같은 젠틀함을 뽐내지만, 한편으로는 능구렁이 같은 사기꾼의 면모를 보여주고, 강렬한 욕망, 그리고 나약한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입체적 캐릭터죠.

그리고 일본 귀족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룬 뒤, 자신만의 거대한 공간 안에 욕망을 숨긴 이중적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는 아가씨를 지배하는 동시에 극을 장악합니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서로를 팽팽하게 당기는 캐릭터 간의 긴장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영화는 스토리를 이끄는 화자의 시선 변화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반전을 꾀하며 가려졌던 이야기의 윤곽을 드러내죠.

당시 '노출 장면 타협 없음'이라는 캐스팅 공고가 있었던 만큼,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낳았던 하녀, '숙희' 역은 1,500: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 김태리가 맡아 선배 배우들과의 매혹적 앙상블을 이뤘는데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2003년) 당시 강혜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때 받은 느낌과 무척 비슷했다"고 전한 바 있었죠.
그렇게 김태리는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연기를 펼치며, 당시 '김태리 신드롬'을 만들었고, 자신의 모교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3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는 영광을 덤으로 얻었는데요.

김태리는 "무슨 작업이 안 그렇겠냐만 영화란 작업이 참 시간과 정성을 오래 쏟아붓는 작업인 것을 깨닫고 있다"라면서, "'숙희'가 뛰어다닌 <아가씨> 속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다. 지금은 이제 각자 작업 속에 <아가씨>를 만들 때의 모습으로 고군분투하시는 스태프 감독님, 선배님, 함께 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숙희'와 '아가씨'가 그러했듯이, 저도 한 발 한 발 그렇게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렸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김태리는 훌륭한 배우로 성장했고, 오는 6월 23일 방송되는 드라마 <악귀>에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들에 휘말리면서 점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구산영'을 선보일 예정이죠.

한편, <아가씨>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 최초로 '기술 아티스트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벌칸상을 받았는데요.
또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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