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매직'도 사라졌습니다

처서 매직을 아시나요? 처서(處暑)가 다가오면 무더웠던 한여름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마치 마법처럼 더위가 한풀 꺾인다고 해서 생긴 단어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기다리던 ‘처서 매직’이 올해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처서가 2주가량 지난 지금도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 전국 대부분 지역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랐고 서울에서는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졌습니다.

가을을 알리는 처서(處暑)인 지난 8월 23일, 낮 최고기온이 33도 안팎에 이르며 무더위가 지속되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더위가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며 어쩌면 이번 여름이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여름 가운데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유례 없는 폭염과 폭우,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현상들이 지금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앞으로 더욱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갈되는 탄소예산(탄소배출한도)

대기 중에 심각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뤄지면서 지구는 점점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2020년을 기준으로 4천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후 1.5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고 극단의 기후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4천억 톤이라는 기준치 안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앞으로 영원히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한도치는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45억 톤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의 90% 가량인 41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2030년 이후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살아가야 할 지금 청년과 청소년, 아동들에게는 과도한 탄소감축의 짐을 부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을 하게 되면 향후 5년 11개월 만에 1.5도 목표를 위한 탄소예산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출처: 독일 메르카토르 글로벌커먼스 기후변화 연구소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몫은?

탄소예산만 불공평하게 배분된 것이 아닙니다. 청년과 청소년 등 미래세대는 기후위기로 인해 입는 피해 역시 현 세대보다 더 크게 받게 됩니다. 가령 한국에서 태어난 2020년생 아이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해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경우 폭염의 빈도는 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어른들이 겪는 횟수보다 6배 이상 늘어나게 됩니다.

또 지금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한국에서 태어난 2020년생의 경우 현재보다 약 4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습니다. 인간의 온도가 1도만 올라도 열이 펄펄 나고 아픈 걸 생각하면 4도 이상 높아진 기온은 실로 엄청난 수치입니다. 온도 상승폭은 광주가 4.3도로 가장 높았고 제주가 3.7도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린피스 청년 액티비스트가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서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탄소 중독 사회, 이대로 가면 청년과 아동에게 미래는 없다

8월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그린피스는 청년 청소년들과 함께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광장에서 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보다 빠른 에너지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신속하게 석탄과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지만 한국의 기후행동은 더디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을 기준을 봐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9.21%로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는 꼴찌이며 아시아지역 평균 24.78%에도 크게 못미쳤습니다. (출처 아워월드인데이터)

에너지 소비도 꾸준히 늘면서 지난 2022년의 에너지 소비량은 지난 1990년 1066TWh보다 세배 이상 늘어난 3530TWh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유럽은 35,144TWh에서 28,544TWh로 20% 가량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90년 이후 한국의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어난 반면 유럽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출처 : 아워월드인데이터

에너지 연구소가 올해 6월 발간한 세계에너지 연례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10년간 석탄 소비는 매년 1.6% 감소했지만 가스 소비가 1.2%씩 증가했습니다. 즉 석탄의 빈 자리를 가스라는 또다른 화석연료가 대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전력 생산도 해마다 1.6% 씩 늘어왔고 지난 2022년의 경우는 전년보다 3% 가량 늘었습니다.

그린피스 청년 액티비스트들이 여전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열화상 카메라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위기 속 희망을 찾아서

위기 속에 항상 희망은 존재해 왔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기술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유럽은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해서 줄여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같은 나라는 2035년까지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지붕형 태양광은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빠른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신속히 줄이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우리 삶의 방식을 개선한다면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빨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 미래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