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주인공처럼 와인 이름을 맞출수 있나요? [김기정의 와인클럽]
와인 한잔을 마셔보고 와인의 이름과 포도 품종, 생산년도(빈티지)까지 맞추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2월 파리에서 열렸던 세계소믈리에 대회 결선에서 레드 와인으로 프랑스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 페트루스가 나왔습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으로 페트루스가 2003년, 2012년 생산년도만 달리해서 제시됐는데 결선에 진출한 3명이 모두 맞추질 못했습니다. 두 명은 보르도 와인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한 명은 캘리포니아 와인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서 2003년 페트루스 한 병이 6000달러(약800만원) 정도 하니 한국에서는 정상 수입될 경우 10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소믈리에라고 하더라도 1000만 원이 넘는 페트루스를 각 생산년도별로 그것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많이 마셔본다는 게 가능할까요?
물론 ‘신의 물방울’에서 나오는 만화적 상상력이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와인의 매력을 더해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특히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화려한 제스처로 디캔팅해 와인을 깨우는 장면 같은 것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디캔팅과 브리딩의 차이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쉬운 점은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내용들에 대한 일방적인 ‘추종’입니다. 언급되는 와인들 역시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마케팅에 도움은 되겠지만 실제 마셔보면 실망스런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와인들도 많구요.
하지만 막상 마셔보니 지나치게 가벼워 ‘테이블 와인’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와인은 칸자키 시즈쿠가 와서 와인을 깨우는 마법을 부려도 맛있어지기 힘듭니다.
‘어떤 와인이 맛이 있다, 또는 없다’는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더 저렴한 가격대에 대체가능한 비슷한 맛의 와인이 많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합니다. 이 정도의 맛이라면 굳이 비싼 부르고뉴 와인을 마실 게 아니라 1~2만원대 와인을 사서 마셔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임마누엘 후제의 부르고뉴 알리고테는 가격이 좀 더 비싼 다른 부르고뉴 와인들과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차이가 나는 와인입니다. 부르고뉴 와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폭등하면서 함께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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