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보다 조용하고 G80보다 넓다는데 2천만 원대?” 4050이 꽂힌 이유

“G80보다 크고 조용한데 2천만 원대?”…중고차 시장서 다시 주목받는 기아 K9

한때 기아의 자존심이었던 플래그십 세단 K9이 신차 시장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가성비 대형 세단’으로 조용한 반전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 약세와 수요 저조로 인해 크게 감가된 가격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018 K9 ( 출처: 기아자동차 )

플래그십의 몰락, 그러나 중고차 시장서 반전

K9은 2012년 첫 출시 당시 기아의 기술력을 집약한 모델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 수입 프리미엄 세단을 직접 겨냥한 대형 세단이었다. 후륜구동 기반 V6 엔진, 정숙성 중심의 서스펜션 세팅, 고급 내장재를 아낌없이 적용하며 국산차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K9은 점차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기아 내부에서는 K8의 등장 이후 K9의 존재 이유가 모호해졌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으로 고급차 시장이 재편되면서 K9의 포지션은 애매해졌다. 2025년 현재, 월 판매량은 100대 안팎에 머물며 단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8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신차는 외면, 중고차는 인기”…2,400만 원에 만나는 대형 세단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하락세는 중고차 시장에서 K9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신차 시절 5,000만 원을 훌쩍 넘겼던 K9은 현재 2018년식 기준, 주행거리 10만km 내외 조건에서 약 2,400만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같은 연식의 수입 중형차보다 저렴하고, 일부 국산 중형 세단 신차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법인 리스 차량이나 임원용으로 운영된 매물은 관리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아, 기본기 탄탄한 고급 대형 세단을 찾는 실속형 소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8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절제된 고급스러움, 깊이 있는 만족감"…오너들의 실사용 평가

K9의 진가는 실제 운전자들의 만족도에서 확인된다. 네이버 마이카 등 주요 플랫폼에서 K9은 주행 성능과 디자인 만족도 각각 9.8점, 정숙성 및 실내 공간은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K9 오너들은 “화려함보다는 깊이 있는 만족감을 준다”고 말하며, 조용한 실내, 묵직한 주행감, 뛰어난 고속 안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실내 구성 역시 경쟁력이 있다. 가죽 시트의 질감과 마감, 공조 시스템, 오디오 품질 등 전반적인 사양 수준은 지금 봐도 고급 세단으로서 손색이 없다. 2열 공간 역시 쇼퍼드리븐 수요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여유롭고 안락하며, 방음 성능도 뛰어나 탑승 만족도가 높다.

2018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성능도 ‘수입차급’…V6 엔진과 후륜구동의 안정감

K9의 파워트레인은 대형 세단답게 강력한 성능과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동시에 제공한다. 주력 트림에는 3.3L 가솔린 V6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kg.m을 발휘한다. 또한 일부 트림에는 3.8L 자연흡기 V6 엔진도 제공돼 보다 부드러운 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에게도 만족감을 준다.

8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으로 고속 주행 시 안정적인 기어 전환과 뛰어난 정숙성을 제공하며, 복합연비 8.7km/L라는 수치는 대형 세단 기준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2018 K9 ( 출처: 기아자동차 )

‘기아’ 엠블럼의 양면성…브랜드는 약점, 가격은 강점

K9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한 데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고급차 전용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육성한 데 반해, 기아는 K9을 독립적 브랜드로 정립하는 데 실패하면서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브랜드의 한계는 중고차 시장에서는 ‘감가율’이라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5,000만 원이 넘던 차량을 2,000만 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점은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만 대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8 K9 ( 출처: 기아자동차 )

“사라지기 전의 마지막 기회”…단종 전 주목받는 대형 세단

현재 기아는 K9에 대해 공식적인 후속 모델이나 브랜드 전략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K9은 조용히 단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의 기술과 자존심이 담겼던 플래그십 모델이 한 시대를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전까지는, K9은 중고차 시장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대형 세단’으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외면받았던 과거보다, 오히려 지금이 K9을 경험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점일 수 있다. 실내 정숙성, 주행 감성, 고급 사양이 어우러진 K9은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조용한 명차로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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