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손해보험 지배주주인 김남호 회장 일가의 독점 경영에 균열이 생겼다. 제5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측 민수아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사상 첫 독립적 감사위원이 탄생했다.
하지만 정관 변경이 필요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명문화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최종 부결됐다.
국민연금 가세에 판세 역전… 민수아 사외이사 입성
20일 DB손해보험은 강남 본사 지하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민수아 사외이사 선임안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통과시켰다. DB손보 사상 최초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된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선출됐다.
이날 주총 시작 전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짧은 목례를 나눴지만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총은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가량 지연됐다. 정 대표는 인사말에서 "59번 주총 중 처음 겪는 지연과 미숙한 진행에 대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핵심 안건인 사외이사 선임 관련 의결권 투표 결과, 자본시장 전문가 민수아 후보는 사측의 반대를 뚫고 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합산 3% 룰’로 김남호 회장 측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일반주주들의 공동 전선이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변수가 됐다. 주총 전날인 19일 얼라인의 주주제안 중 DB손보 내부거래위원회 정관변경과 민 후보 선임을 찬성했다. 지배주주 지분율이 25.96%로 낮은 DB손보 특성상 국민연금의 참전이 사측에 타격이 됐다.
이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관 변경도 통과됐다. 주주들은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내 독립이사 명칭 변경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통과시켰다.
다만 정관 내 내부거래위원회 명문화는 끝내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의결권수 대비 61.3%의 찬성률을 기록했지만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약 66.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통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누구를 위해 일하나”…얼라인, 주주에 독립성 호소
현장에서 얼라인과 소액주주들은 김남호 회장 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DB Inc.로 IT 용역비와 상표권료 등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이 이전되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배당금 상향과 자사주 추가 소각 등을 요구하며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한 소수주주는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DB Inc. 등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해소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또다른 주주는 "역대급 수익에도 주당 배당금 7600원은 낮다"며 "자사주 소각 등 고도화한 주주환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종표 대표는 "주주제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재설치했다"며 "시장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5월 7일까지 추가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배당은 전년 대비 상향한 금액"이라며 "현재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외에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안복남 DB손보 IT 지원본부장 역시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이 모호했던 당시에 내린 전략적 선택"이라고 해명하며 사익 편취 의혹을 부인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지배구조 개선과 사외이사 추천 관련 주주제안을 설명하기 위해 발언대에 섰다.
이 대표는 "그간 거래 관행이 법, 회계적 문제가 없더라도 회사와 전체 주주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가 되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는지, IT 자회사나 DB그룹과 상표권 책정을 협상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DB손보는 특정 대주주의 사유물이 아니라 그룹 매출의 90%를 책임지는 독립된 상장사"라며 "올해 안에 동종업체에 뒤쳐지지 않는 밸류업 발표와 내부 거래 관행 개선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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