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찬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철수가 현실화되고 있다. 성신양회가 1년 6개월 만에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철수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800억원 규모 계약도 물거품, 성신양회 철수 결정
성신양회는 지난 1월 사우디 타북 지역에서 운영하던 레미콘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현지 인력을 일부 철수시켰다. 2023년 현지 법인 '진성인더스트리얼'을 설립하며 삼성물산과 약 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던 성신양회는 네옴시티 내 '더 라인'의 러닝 터널 공사에 레미콘을 공급해왔다. 이는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022년 1조 3,900억원 규모로 수주한 28km 길이의 지하 터널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 유가 하락이 부른 나비효과, 사우디 재정 직격탄
네옴시티 프로젝트 차질의 근본 원인은 국제 유가 하락에 있다. 2025년 4월 기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2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사우디의 재정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사우디는 여전히 국가 수입의 75%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하락은 곧바로 국가 예산 적자로 이어졌다. 사우디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가 순부채가 약 300억 달러 증가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폭을 기록했다.
▶▶ 1경원 규모 프로젝트의 현실, 목표 대폭 축소
당초 5,000억 달러로 시작된 네옴시티 사업비는 현재 8조 8,00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150만명 거주 목표를 30만명 미만으로 대폭 낮췄고, 170km 규모의 '더 라인' 중 2.4km만 우선 완공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사업 자금을 조달하던 사우디 국부펀드의 현금 보유액도 2022년 말 500억 달러에서 2024년 9월 150억 달러로 급감한 상태다.
▶▶ 한국 건설사들의 딜레마, 추가 수주 vs 리스크 관리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네옴시티가 현재 '슬로다운' 상태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며, 계획대로 준공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우디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국가 예산이 네옴시티보다는 스포츠 인프라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은 네옴시티 비중을 줄이고 리야드 지역의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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