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법 승계 의혹’ 항소심 출석…'위법수집 증거’ 놓고 공방

김민소 기자 2024. 9. 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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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30일 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를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자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과 이 회장 측은 이 자료들이 위법하게 수집됐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1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어 이 회장 등 13명 전원이 법정에 자리했다.

이 회장은 이날 1심 선고 이후 약 8개월 만에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 시작 20분 전 법원 앞에 도착한 이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재판부가 “피고인 이재용 출석을 확인하겠다”고 말하자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후 오후 5시 48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이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두 건의 공소장 변경 중에서 첫번째 건에 대해서만 허가했다. 검찰은 지난 7월 25일 기존 혐의에 사실관계를 추가·보완할 목적으로 첫번째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이달 2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범죄 혐의를 추가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두번째 공소장 변경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인정한 판결을 내놓은 것과 관련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회계부정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는 다음 달 14일에 두번째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법원이 위법 수집 증거로 분류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양측 입장을 듣고 새로 제출된 2140개 증거에 대해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해 2019년 검찰이 압수한 18테라바이트(TB·1TB는 1기가바이트의 1024배 용량) 규모 백업 서버 등의 증거 능력을 모두 부정했다. 검찰이 압수한 자료의 선별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날 검찰은 관련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거가 그대로 서버나 직원 컴퓨터에 있었다면 정상적인 절차가 진행됐겠지만, 증거가 상당 부분이 창고·바닥 등에 은닉돼있는 걸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찾아낸 자료였고, 압색 이전이나 압색 이후에 여러 절차에 모두 변호인들이 참여해서 계속 의견을 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저희가 절차를 강행했을 때 문제가 되지만, 저희는 계속 변호인들과 협의해 원활히 절차를 진행하고 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마치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전체가 절차를 위반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 회장 변호인은 “검사의 수사보고서만 보더라도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저장된 파일을 일체 압수했다는 점이 기재돼 있다”면서 “(증거 수집이) 적법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선별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했기 때문에 압수물에 피고인과 관련없는 타회사 재무, 직원 사적메신저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 “(검찰이) 아까도 일부 무관 정보가 포함된 정도로 뭐가 위법하냐고 했는데 일부 무관 증거 포함이 아니라 하나도 빠진 게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또 “압수 정보 내용을 (추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건 검사가 특별한 절차였을 뿐 무관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선별 절차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이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승계 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봤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등 19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지난 2월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이 사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단정할 수 없고, 이재용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전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11월 25일에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법관 인사이동(고등법원은 통상 1월 말) 전까진 항소심 결론을 내리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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