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증거 잇달아 나오는데도... 北 “근거 없다” 발뺌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관련해 국제 외교 무대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현지 적응 훈련 중인 특수부대원 영상 등 북한의 파병 정황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증거가 연달아 공개되고 있는데도 이를 부인한 것이다.
주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북한군 파병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해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발언은 파병과 관련한 북한의 첫 대외적인 공식 입장 표명이다. 유엔 대표부의 입장은 평양 외무성이 하달하는 지침에 따르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파병에 대한 대외적 입장을 ‘사실무근’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병력 파견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냈다면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실제 러시아에 인력을 지원한다면 이는 크렘린궁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도 “병력 파견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가 질적으로 변화했고 북한은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절박하더라도 악명 높은 불량 국가의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도박을 하면서 전쟁 흐름을 바꾸려고 한 것이 믿기 어렵다”고 했다.
‘근거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의 파병을 보여주는 정황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에는 러시아·우크라 격전지 중 한곳에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이 올라왔다. 전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은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고 했다. 인공기가 걸린 이 지역은 도네츠크주에 위치한 곳으로 이미 북한군이 파견돼 활동하는 곳이다. 다만 해당 텔레그램 채널은 실제로 이곳에 북한군이 배치됐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가 안보·국방위원회(NSDC) 허위 정보 대응 센터장인 안드리 코발렌코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그들(러시아)은 지금 북한 관련 주제를 부각하며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포 선전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 산하 민족저항센터(CNR)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노동자들이 도네츠크 지역의 일부 시설에서 일했다”며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일정 기간 도네츠크에서 방공망 구조물 작업 등을 진행한 뒤 다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했다.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날 러시아군이 최근 탈영한 북한군 18명을 붙잡아 억류한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 측에 풍선 활용법을 전수하던 이들이었다”고 했다. 약 4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도착 이후 러시아 군인들에게 군사적 목적의 풍선 기술을 전수했고, 러시아는 북한에 현대 보병 전투 수행법을 공유했다고 한다. 최근 대남 오물 풍선을 잇따라 살포해온 북한이 이와 관련한 노하우를 러시아에 전수해 실전 활용을 거치면 군사적으로 한층 진화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선박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대북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지난 20일 새벽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항에 도착해 다음 날 밤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천마산호는 2018년 대북 제제 대상 선박 중 하나로, 위치가 확인된 곳이 보스토치니항의 유류 선적 부두에서 약 800m 떨어진 지점인 점으로 미뤄 유류 선적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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