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장례식장·악마의 상징 나방, 이렇게 만들어졌다

▲ 영화 <사흘> ⓒ (주)쇼박스

[영화 이슈 알려줌] <사흘> 비하인드 (Devils Stay, 2024)

<사흘>은 독특한 소재와 낯선 공간에 서늘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더하며 촬영과 미술, 그리고 강력한 몰입감을 불러오는 음악으로 숨 막히는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현문섭 감독은 <검은 사제들>(2015년)의 김시용 미술 감독, <마녀 Part2. The Other One>(2022년), <잠>(2023년)의 장혁진 음악 감독과 함께 프로덕션에 디테일을 더했죠.

현문섭 감독은 먼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례식장의 낯설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김시용 미술감독과 수많은 고민 끝에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 같은 공간"으로 장례식장 세트의 콘셉트를 잡아갔는데요.

그렇게 탄생된 장례식장 빈소는 많은 기둥을 배치하여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화면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해 심리적인 압박감을 더할 수 있었죠.

제작진이 중요하게 여긴 또 하나의 공간은 바로 최후의 구마 의식이 진행되는 장례식장의 보일러실이었는데요.

그 공간이 악마의 심장부 혹은 지옥처럼 보이기를 원했던 감독의 요청에 미술팀은 소방시설 비상등의 붉은빛에 착안하여 색감을 잡고 복잡한 배관과 기기 설비를 배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공간인 '승도'(박신양)의 집 또한 많은 고민의 결과물인데요.

이상증세를 보이는 소녀와 그 가족들이 지내온 집이라는 이들의 전사가 한 눈에 표현될 수 있는 집이길 바랐던 김시용 미술 감독과 미술팀은 '소미'(이레)가 변한 지 한 달 정도 되었고, 며칠간 구마 의식이 진행된 상태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가지고 집 내부를 꾸몄죠.

이렇게 완성된 '승도'의 집은 '소미'의 방으로 향하는 협소한 복도 공간을 깊은 동굴처럼 만들어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더했고, '소미' 방의 벽을 둘러싼 쿠션과 침구류를 통해 구마 의식 도중 혹시나 딸이 다칠까 걱정한 아빠 '승도'의 손길이 닿은 것으로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세심한 설정을 보여줍니다.

<사흘>의 중요한 심볼이 되는 나방은 영화 곳곳에서 의미심장한 요소로 등장하는데요.

영화 초반 '소미'의 방문을 뒤덮은 나방 형태의 곰팡이는 악의 기운을 함축적으로 상징하고, 영화 중반 이후 나방의 등장은 '그것'의 부활을 상징하는 은유적인 존재로 활용됩니다.

현문섭 감독은 "나방이 '소미'의 얼굴 위에서 가면처럼 펼쳐져 마치 악마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라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에 실제 나방은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보일러실을 가득 채운 수만 마리의 나방은 미술팀이 사흘 간의 정성 끝에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이고 움직이는 나방은 모두 CG로 구현된 것인데요.

눈앞에 보이지 않는 나방을 배우들이 상상하며 연기할 수 있도록 현문섭 감독은 CG팀과 사전에 나방의 동선을 정확히 계획한 후 원활한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음악 또한 신선한 공포감을 선사할 오컬트 호러 <사흘>만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죠.

<마녀 Part2. The Other One>, <잠> 등 장르물에서 특색 있는 사운드로 독보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온 장혁진 음악 감독은 "<사흘>을 작업하며 공포, 오컬트의 장르성을 최대한 살리며 그 중심에서는 가족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했다"라며 이번 작품의 콘셉트를 설명했는데요.

그는 영화 내내 울리는 심장 박동 같은 효과음을 적재적소에 사용했는데 소리의 강약, 빠르기 등을 조절하여 변주하거나 여러 악기로 표현한 소리를 이용해 몰입도를 끌어올렸죠.

또한, "이때까지 못 들어본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라는 현문섭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소미'가 '그것'에게 잠식되어 '승도'에게 소리치는 장면은 고주파를 이용한 섬뜩한 사운드 효과를, 나방 떼들이 공격하는 장면은 마치 드론이 뭉쳐 공격하는 듯한 사운드 효과를 이용,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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