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밀란 해역-깊은 잠에 빠진 앵무고기[박수현의 바닷속 풍경](66)

앵무고기(Parrotfish)는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걸쳐 80여 종이 살고 있다. 50~70㎝ 정도인 앵무고기는 바위와 산호초 등 얕은 바다에 살아 현지인들은 간단한 줄낚시로 잡아 구이나 찜으로 식용한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어촌마을을 다니다 보면 어민들이 대나무 채반에 담아 팔고 있는 앵무고기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앵무고기라는 이름은 머리와 돌출된 이빨 구조가 앵무새의 부리를 닮아서이다. 여기에 더해 몸의 색까지 앵무새처럼 화려하다. 돌출된 이빨 구조는 입술로 모두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툭 튀어나온 ‘통니’ 때문이다. 앵무고기는 날카롭고 폭이 넓은 판 모양으로 돼 있는 통니로 산호를 긁어먹은 후 입속에서 잘게 부수어 위장으로 넘긴다. 산호 분쇄물 속에 들어 있는 주산텔라 등의 산호 공생조류는 소화되고 석회질 분말은 그대로 배설된다. 대개의 앵무고기는 이빨에 녹색 물질이 잔뜩 끼어 있다. 산호를 긁을 때 옮겨붙은 공생조류 때문이다. 대개가 초식성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종은 강력한 이빨로 성게를 뜯어먹기도 한다.
앵무고기들이 성게를 사냥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성게는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곧추세우지만, 앵무고기는 돌출된 이빨이나 머리로 들이받아 뒤집는다. 성게는 몸이 가시로 덮여 있어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지만, 아래쪽 배 부분에는 가시가 없다. 뒤집힌 배가 노출된 성게는 이빨을 앞세운 앵무고기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2020년 태국 시밀란에서 야간 다이빙을 진행하던 중 바위틈을 보금자리 삼아 깊은 잠에 빠진 앵무고기 한 마리를 만났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구태여 녀석의 꿀잠을 방해할 필요는 없었다. 평화롭게 깊이 잠든 수중동물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 또한 수중사진가의 특별한 경험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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