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6) - 아디스아바바 거리 풍경 ^^^^^^^
여행 에세이라면 모름지기 관광지 소개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그 나라의 생활상이 담기고 그 나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후일 이 글과 사진을 묶어서 '여행 에세이' 책을 낼 수도 있음)
그러자면.. 그네들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가능한 일이다.
나의 빈약한 체력으로는 자유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게다가 대중적이지 않는 오지 여행이라면 청춘들에게도 쉽지 않은 여행일 것이다.
주제파악을 잘하는 나로서는 패키지 여행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40대에 유럽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다.
개고생하고 깨달은 점. "여행은 쾌적하고 즐거워야 한다."
유럽 여행에서 넌더리친 이후에는 자유여행은 아예 접었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이것 저것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사진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여행은 포인트 간 이동이 가장 난해하다.
만약 열차 시간이 10시라면 적어도 8시 전까지는 역에 도착해야 한다.
숙소는 예약이 되어 있지만 매일 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찾아 가야 한다.
다음 일정에 대해 걱정하고 준비하느라 어깨가 무거운데 그 어깨를 내리 누르는 묵직한 배낭.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극기훈련하는 것 같았다.
누가 그 때의 내 몰골을 보면 집시나 노숙자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패키지 여행의 단점은 사진 촬영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주요 방문지는 관광지이다.
그러다 보니,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상을 담는 기회가 여간해서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이동하는 전용 버스 안에서 아쉬운대로 촬영을 하게 된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현지인의 평상시 모습이 나는 좋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그것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촬영은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다.
버스 안에서의 촬영도 여행을 계속 하다 보니 이력이 생기는 것 같다.
빠르게 총을 뽑고 방아쇠를 당기는 솜씨가 점점 노련해진다.
이제는 화각의 범위를 보지 않고도 대충 담아도 기본적인 프레임은 나오는 편이다.
서부의 총잡이 다 되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는 1887년에 건설 되었다.
이전 수도였던 엔토토는 높은 고원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몹시 추웠다.
황제 메넬리크2세의 부인인 타이트 황후가 황제를 설득하여 아디스아바바로 수도를 이전하였다.
황후가 그 도시 이름을 '새로운 꽃'이라는 의미의 '아디스아바바'라고 명명했다.
에티오피아는 다민족 연방국가이다.
에티오피아는 인종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아랍인과 아프리카인의 피가 섞여 외모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민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팔 다리가 길고 눈이 크고 얼굴 윤곽이 뚜렷하다.
다민족 연방국가인 에티오피아는 민족 간 무력 분쟁의 뇌관을 품고 있다.
2018년, 42세의 아비 아흐메드(Abyi Ahmed) 총리가 취임하면서 급진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에티오피아의 권위주의와 독재의 잔재를 제거하고 민주국가로 나아가려는 정치 경제적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아비 총리는 취임사에서 망명을 떠났던 반정부 언론인과 반정부 인사들의 귀환을 촉구하고
정부가 저지른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과 시위 군중을 살해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외교 분야 역시 광폭 행보가 이어졌다.
20년에 걸쳐 국경 전쟁을 했던 앙숙인 에리트레아를 방문하여 '평화와 우정의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두 나라는 대사관을 개설하고 국경 개방과 항공기 취항, 항만 공동 건설에 조인했다.
바로 며칠 후 에리트레아 대통령의 답방이 이어졌다.
아비 총리는 취임 이래 빛의 속도로 정치적 경제적 개혁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념보다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중요하게 여기는 에티오피아의 국민성은
아비 마니아(Abiy Mania) 라는 숭배 집단에 가까운 열광적 지지층을 만들었다.
아비 총리는 201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급진적 개방에 반발하는 종족이 생겨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민족 간 분쟁의 불씨를 늘 안고 있다.
아디스아바바 중심가 광장에서 수류탄을 투척하여 아비 총리를 암살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민주주의는 도입한다고해서 일타에 모든 분야에 민주화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깊고 튼튼하게 뿌리 내리기까지는 피의 희생과 연단의 과정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도입하였으나 정착에 실패하고 충돌과 유혈사태로 돌아가는 현상을 보면
민주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업인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ㅡ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숙연한 감사를. ㅡ
미국대사관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총리공관과 군인은 절대 촬영 금지다.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인물이었는데 암부를 살짝 끌어 올리니.. 엇~? 군인이닷!
에티오피아 은행
아디스아바바 대학교
아디스아바바의 택시.
이 택시는 모든 좌석이 꽉 차야 출발한다는 사실.
에티오피아의 가정 집 건축자재는 함석이 많다.
함석은 내전으로 집이 파괴 되어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복구가 용이한 자재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년중 내내 봄 가을 날씨가 이어지므로 함석의 높은 열전도율이 심각한 단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항공 촬영 영상을 보면 함석 지붕이 마치 은 조각처럼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사람 사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집집마다 티비 수신용 위성 안테나가 달려 있고
허름한 골목길에도 자동차가 들어차 있다.
머지않아 골목마다 주차난을 겪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