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교부세 신설? '생색내기식' 정부 정책의 전형 [추적+]
부동산교부세 기준 신설 논란
기준 변경도 ‘지원’이라는 정부
부동산세는 국세 아닌 지방세
저출생 대책 지자체에 넘겼나
정부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교부세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극복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법망을 바꾸겠다는 거다.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방법론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부동산교부세의 성격조차 무시한 정책이어서다. 무슨 말일까.
"부동산교부세를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기준에 지자체의 출산ㆍ양육환경 조성 등을 반영하는 저출생 기준을 신설해서 연간 1조원(2024년 부동산교부세 재원의 25%) 규모를 지원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29일 부동산교부세 교부 기준을 변경하기 위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면서 밝힌 취지다. 쉽게 말해 지자체들이 저출생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부동산교부세의 일부를 저출생 극복 재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거다.
정부 계획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2026년 1월 1일부터 부동산교부세의 25%를 저출생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참고: 지방교부세법 제9조의3에 따르면 부동산교부세의 교부 기준은 지자체의 재정여건이나 지방세 운영 상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중요한 건 정부의 계획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짚어보기 전에 우선 부동산교부세가 무엇인지부터 따져 보자. 부동산교부세는 이름에서 보듯이 부동산 수익에 매기는 세금 중 지방에 교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재산세ㆍ토지세ㆍ거래세 등 부동산 세금은 지자체가 걷어서 직접 쓰는 지방세였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세금이니 당연한 듯하지만 빈틈이 있었다.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비싸고, 시골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부동산 세금의 지역별 편차가 생겼다.
이를 그대로 두면 대도시와 시골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05년 지방세를 중앙정부가 직접 걷은 후 각 지방의 사정을 참고해서 나눠주는 세제를 만들었는데, 이게 부동산교부세 시스템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교부세는 지자체가 걷어야 할 지방세를 국세로 전환한 것인 만큼 지자체의 세금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교부 기준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졌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주택거래세 인하)에 따라 지방세수가 감소하자, 지방소비세를 신설하면서 부동산교부세 교부 기준을 확 바꿨다. 재산세와 거래세 감소분을 보전한다는 내용을 없애고,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부동산교부세를 교부하도록 한 거다. 지금처럼 부동산교부세를 재정여건, 사회복지 수요, 지역교육 수요, 부동산보유세 규모 등 네가지 기준을 고려해 정률로 교부한 것도 이때부터다.
2016년에는 지자체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복지 비중을 높이고, 지역교육 비중을 줄였다. 현재 부동산교부세 교부 기준 비율은 재정여건 50.0%, 사회복지 35.0%, 지역교육 10.0%, 부동산보유세 규모 5.0%다.
이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여기에서 사회복지 비중을 35.0%에서 20.0%로 줄이고, 지역교육 비중을 10.0%에서 0%로 없애 25.0%의 재원을 저출생 대응 재원으로 신설하겠다는 거다.[※참고: 지역교육 비중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법정전출금 등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 이 개정안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첫째, 추가적인 지원정책 없이 "교부세를 지원하겠다"는 행안부의 발표부터 잘못됐다.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구문제의 최일선에 있는 지자체가 스스로 저출생 대응을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과감하게 재정투자를 할 수 있도록 교부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이미 지자체에 교부하고 있는 재원이다. 이중 25.0%를 저출생 극복 재원으로 전환하는 걸 마치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교부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 행안부는 부동산교부세를 저출생 대응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세부적인 교부 방법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준비 없는 추진은 지자체들의 중기적인 대응 계획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부동산교부세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부동산교부세는 원래 지방세에 근원을 두고 있는 지자체 고유의 재원이다. 이 말은 부동산교부세를 지자체의 자주적인 판단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안부가 발표하는 '2024년 지방교부세 산정해설'에서도 재원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교부세는 종합부동산세인 국세로 징수하지만 세원 자체가 주택ㆍ토지 등 지방세를 근원으로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고유재원이며, 사용 목적은 지자체의 자주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 국가가 그 사용 목적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이지 않는 일반재원이다."
따라서 부동산교부세의 일부를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묶는다는 건 부동산교부세의 성격과 맞지 않고, 재정 분권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참고: 사회복지를 부동산교부세의 교부 기준으로 둔 것 역시 사용 목적 제한이라는 원칙에 어긋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사회복지는 범위가 넓은 반면, 저출생 대응은 그 범위가 한정적이다.]
넷째, 이번 개정안은 저출생 대응의 해결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정책이다. 사실 저출생의 원인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따른 경제적 문제, 주택 가격의 상승에 따른 주거비 문제, 과도한 교육열에 따른 교육비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중앙정부다. 그런데도 지자체에 "저출생 대응 재원을 마련해줄 테니 방법을 강구하라"는 주객을 바꿔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지자체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지만, 정부가 핵심 당사자여야 함은 불변이다.
다섯째, 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해 부동산교부세 규모가 줄고 있다는 것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교부세의 규모는 2022년 부동산 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인상 등에 따라 7조5677억원(최종교부액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감세와 공시가격ㆍ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에 따라 2023년엔 4조9609억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본예산 기준 4조1098억원을 편성했다. 저출생 대응 재원이 안정적이지도 않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행안부는 기준을 바꿔 부동산교부세 중 25.0%를 저출생에 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효과는 있을까.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
sonjongpil@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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