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 93시간’ 과로사 등 5년여간 142명 사망…‘라이더’ 산재 갈수록 는다

김지환 기자 2024. 10. 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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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5월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중 배달노동자 요구를 배달통에 넣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배달의민족 물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던 배달라이더 A씨는 지난해 1월29일 오후 8시쯤 안양시청 인근 도로에서 배달 중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그는 7개월 뒤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생전 A씨는 매일 오전 10~11시쯤 출근해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일했다. 쉬는 날은 거의 없었다. 쓰러지기 전 12주간 월 평균 휴일은 0.6일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주 52시간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A씨는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93시간28분을 일했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쿠팡이츠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던 B씨는 2022년 3월26일 오후 2시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음식 배달 중 다른 차량을 들이박은 뒤 의식을 잃었다. 사고 전 B씨 스마트폰엔 배달 지연 항의 문자가 찍혀 있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뇌내출혈, 편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 질병은 과로 때문이었다. 사고 발생 전 4주간 B씨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7분이었고, 휴일은 하루뿐이었다.

퀵서비스(음식배달 포함) 기사의 산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5년여간 사망한 쿽서비스 기사 중 산재 승인을 받은 이들은 140명을 웃돌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퀵서비스 사업장의 산재(사고·질병·출퇴근) 승인 건수는 2019년 1694건, 2020년 2818건, 2021년 4721건, 2022년 6761건, 지난해 7391건이었다. 올해 상반기는 3919건으로 이 추세대로 갈 경우 올해 전체 건수는 78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질병 산재는 20건 이내이고 대부분은 사고로 인한 산재였다.

산재 사망자 수도 2019년 7명, 2020년 14명, 2021년 19명, 2022년 39명, 지난해 42명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는 21명으로 연말까지 가면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사망자 142명 중 사고로 숨진 이들은 132명이며 이 중 18~34세 청년은 57명에 달했다.

박 의원은 “배달라이더들이 과로와 속도 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미국 뉴욕시와 시애틀시는 이미 배달라이더에게 최저임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 업체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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