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월권 vs 통할" 친윤-친한 난전…공멸과 타협 기로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親윤석열)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위시한 친한(親한동훈)계가 난전(亂戰) 양상을 보이며 '타협과 공멸' 기로에 섰다.
27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1일 이후 국회 추천 특별감찰관(특감) 임명절차 추진 여부를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5년간 특감 공석을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특감 임명을 두고 "원내 사안"이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친윤계는 '한동훈 패싱' 움직임을 보였고 친한계는 국민의힘 당헌 조항을 들어 반박했다.
한 대표가 직접 지난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統轄)한다"고 당헌 제25조 1항을 들었다. 그는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원내 업무인 금투세 폐지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정상화 등에도 당대표가 앞장선다"고 못 박았다.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을 전국 규모로 치른단 점도 상기시켰다.
한 대표는 25일 SNS를 통해 "특감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공약"이라며 "이를 '조건 달아 이행하지 말자'는 당론이 정해진 적 없으니 국민께 약속한 그대로 실천하는 게 '기본값'이다"고 했다. 집권 초기부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야당 몫 이사 추천 협조를 특감 추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지만 두 사안 모두 진전이 없었고, 2016년 북한인권법 시행 이래 8년간 불법이 계속됐다.
최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단속을 위해 특감 임명론이 대두되자, 친윤계 진영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우선론을 내세웠다. 대통령실에 이어 친윤계 중진인 김기현 전 대표가 "당 정체성"이라며 특감 추천과 연계론을 폈다. 또 "당헌·당규 어디에도 당대표가 원내대표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북한인권재단-특감 연계가 당론이었다며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특감 추천 별도 추진에 "자해적 발상"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특감 후보는 여야가 총 3인을 추천한 뒤 대통령이 지명해야 임명이 이뤄지며, 여야 협상의 키는 원내지도부가 쥔 상황이다. 의총을 앞두고 '표 대결론'도 나왔다. 의원 108명 중 친윤계가 30~40명대로, 친한계는 30명 안팎으로 추정돼 중립지대가 캐스팅보트를 쥐는 셈이다. 다만 표결 자체로 '심리적 분당'의 증거를 남길 수 있어 부담이 크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추 원내대표가 용산을 설득해야 한다"며 "표결까지 가면 안 된다. 당의 지도자 두분이 만나서 문제를 논의해 잘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 의견수렴과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표결을 통한 압승을 자신하기 어려운 탓으로 보인다. 친윤계 일각에서도 "실제 표 대결까지 가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공멸로 간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친한·친윤 내전 징후는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5주기 추도식에서 유족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박근혜 전 대통령 여동생)이 한 대표 이름만 빼고 주요 내빈 인사말을 했단 논란에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친윤 극우유튜버들은 '한동훈이 박근령으로부터 외면당했다'며 난리"라고 반박에 나섰다. 박 전 이사장이 현장에서 한 대표 지지 입장과 '실수'란 해명을 함께 전해왔다고 밝혔다.
반한(反한동훈) 홍준표 대구시장이 특감 추천을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의 월권'이라고 주장한 일도 있다. 이에 박정훈 의원이 "당대표 시절인 2017년 11월 홍 시장이 '당대표의 선출 근거와 존립 근거는 100만 당원에게 있다'면서 '당대표가 모든 권한을 갖는다'는 얘기를 했더라"라며 "홍 시장이 2021년 11월26일엔 당시 (직을 상실한) 이준석 대표를 옹호하면서 '당대표가 제일 어른이다'는 식의 글도 썼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에서 열린 '역면접X국민의힘, 2030이 묻고 청년이 답하다' 행사에서 '타 정당과 국민의힘의 차별성을 설명해달라'는 참석자 청년의 질문에 "이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제가 당대표로서 여러 가지 이견을 많이 내고 있다"며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건 개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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