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게이트” 파상공세에 코너 몰리는 검찰

김현지 기자 2024. 10. 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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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불기소 이후 ‘비선 국정 운영’ 논란 연이어 터져
여론 악화에 ‘주가조작’ 사건 두고 처리 방향 고심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의료 개혁 등 산적한 주요 현안을 삼키는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용산(대통령실)과 검찰 간 '갈등설'의 진원지인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사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부터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통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 등 올해 들어서는 '당무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제1야당 수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김 여사의 논란에 묻히는 형국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까지 묻히는 형국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우여곡절 끝에 명품백 수수 사건에서 김 여사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견된 사법 처리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지만, '김건희 게이트'란 용어까지 등장하는 등 파장이 거세지면서 주가조작 사건 등을 매듭지어야 할 검찰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주목하는 시선은 지난 대통령선거, 나아가 윤 대통령의 과거 검찰총장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김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요 인물들이 기소된 반면 김 여사는 수사망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밖에 김 여사의 과거 행적을 둘러싸고도 여러 뒷말이 있었지만, 최근의 사정은 이와 결이 다르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 당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7시간 대화 녹취록을 보도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를 통해 알려졌다. 이 매체는 대선 직후 김 여사가 청탁을 받고 명품가방을 수수했다는 '명품백 수수 의혹' 영상도 지난해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문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이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현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전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너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골자다. 이는 전당대회 약 2주 전쯤에 통화한 내용이다. 김 여사와 한 대표 간 앙금이 남아있던 시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졌는데, 4·10 총선을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런 '김건희 리스크'가 부정적 여론을 형성했다. 이때 김 여사가 한 대표에게 여러 건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 대표가 이를 보고도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에 대한 공격' 발언이 나온 것이다.

공천 개입 의혹도 심상치 않다.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것이 골자다. 김 전 행정관이 '서울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당시 공천관리위원이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총선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전 행정관 본인이 공천을 신청한 용인갑에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전략 공천된 점이 김 여사가 개입한 사례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런 의혹을 해명했다. 김 전 행정관은 여러 차례 입장문에서 "김 여사와는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이를 해당 기자에게도 몇 번이나 언급해 기자도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경선 시기는 이미 대통령실을 그만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일어난 일"이라며 "대통령실이나 특정 정치인과는 무관하게 기자와 모 유튜브 언론 측이 악마의 편집을 목적으로, 친밀을 가장한 악의적 접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총선 공천과 관련해선 당에도 책임을 물었다. 김 전 행정관은 "당시 당에서 공천 관련 실무자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위에서' 김대남 후보를 바로 옆 지역인 용인을 지원신청을 받으라고 했다며 정식 추가공모를 낼 테니 바로 지원하라고 말했다"며 "당시 당 홈페이지 공고상 추가 공모 기간(3월1일 및 2일)이 모두 휴일이어서 아무도 제출서류를 내지 못하고 나만 신청하게 됐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당직자가 제일 앞 페이지 1장만 용인(을)으로 수정해서 작성해서 보내면 된다 해서 그렇게 제출했는데 용인을 지역 또한 경선 없이 다른 사람으로 전략공천이 됐다"며 "총선에 관여한 국민의힘 공천 관련 사람들이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우정 검찰총장, 이원석 전 검찰총장 ⓒ시사저널 박은숙

명태균-金 텔레그램 메시지에 與도 "부적절"

실제로 김 전 행정관이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한 방영 및 배포금지가처분 사건 관련 서울남부지법의 판결문에서도 이런 개연성을 지적한 대목이 있다. "(김 전 행정관) 개인적 추측이나 사생활에만 관련된 발언이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 "녹음파일 등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 등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부분 자체는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김 전 행정관의 주장이 사실일지라도 관련 의혹은 이미 제기된 상황이어서 파장은 상당하다. 김 여사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역구를 이동해 달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경남 창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논의했다는 취지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연고가 없던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명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배경으로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검찰은 김 전 의원이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모두 9670여만원을 명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 간에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명씨는 김 여사에게 아홉 차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기기로 한 김 전 의원에게 단수 공천을 달라고 요청했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한 차례 답했다. "단수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파장은 커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공천 개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10월2일 검찰이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점도 정쟁거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이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최재영 목사,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 5명을 모두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론지었다(시사저널 10월2일자 "'명품 가방은 김건희와 우호적 관계 위한 수단' 검찰, 논란 끝 김건희 결국 불기소" 기사 참조).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드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을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야권이 벼르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저널 박정훈

주가조작 문제, 기소든 불기소든 파장 불가피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야권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를 정면으로 겨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5월30일) 이후 김 여사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법(특검법)만 7건을 발의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 가운데 여러 의혹을 아우르는 내용의 법사위원장안이 9월1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삼부토건 주가조작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가방 수수 △명품가방 수수 관련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의 불법행위 △인사 개입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국민의힘 공천 개입 등 여러 사건에서의 의혹이 특검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지만, 야권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에 시선이 쏠린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요 피고인들의 항소심 판결 직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최근 항소심에선 김 여사와 비슷하게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무죄 판단이 2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검찰이 방조 혐의를 추가한 것이 결정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여사 역시 방조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지만, 검찰 내부에선 김 여사에 대한 처리 방향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검찰이 이와 관련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든 그렇지 않든 여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직 영부인이 재판에 넘겨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반면, 불기소 처리되면 '김건희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이 제한됐던 만큼,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를 복원하기도 요원해 보인다. 박성재 법무장관뿐 아니라 한동훈 대표 등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법무부의 한결같은 입장이 "총장의 지휘권 복원도 극도로 제한적이 돼야 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해당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복원을 박 장관이 거부한 배경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 총장은 이에 따라 수사지휘권 복원을 법무부에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다.

'김건희 게이트'가 되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는 형국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대표는 오는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으로 각각 두 건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각 재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3년,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황이다(시사저널 9월30일자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이재명 징역 3년 구형…李 '검찰의 짜깁기 증거'" 기사 참조). 선거법 위반은 벌금 100만원 이상, 일반 형사사건(위증교사 등)에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다. 차기 대권 행보도 어렵게 된다. 그러나 당무 개입부터 주가조작과 같은 민생범죄 등에 현직 영부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정권 견제에 앞장선 제1야당 대표의 여러 의혹이 흐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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