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오빠 논란' 축소에 '주가조작 몰랐다' 부각한 KBS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 등 소극적 보도 이어져…'땡윤뉴스' 비판 받는 주역들, KBS 사장 후보로 면접 앞둬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의혹을 축소 보도한다고 비판 받아온 KBS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도 소극적인 보도 양상을 보였다. 특히 주가조작 무혐의 보도는 타사에 비해 검찰 설명과 김 여사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며 속칭 '오빠 논란'이 불거졌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보낸 메시지 속 '오빠'가 윤석열 대통령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김 여사가 “친오빠”를 지칭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그 대상이 누구이건 선거 국면에서의 김 여사 개입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는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
주요 뉴스로 떠오른 김 여사와 명씨 대화는 이날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등 지상파 메인 뉴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MBC는 이 카톡 논란과 함께 명씨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 김 여사 의혹이 대두된 국정감사 등을 전했다. SBS는 카톡 논란과 여론조사 의혹에 이어 김 여사 주가조작 혐의 관련 현황을 보도했다.
반면 KBS '뉴스9'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명태균씨와 그의 여러 의혹을 공론화한 강혜경씨 공방이라는 관점에서 전했다. 문제의 카톡에 관한 3사의 첫 리포트 제목은 MBC <김건희 “철없는 우리 오빠, 지가 뭘 알아”..카톡 공개>, SBS <명태균, “철없는 오빠” 대화 공개… “대통령 아닌 친오빠”>, KBS <'여론조사 조작' 했나?…명태균-강혜경 공방>이다. KBS는 김 여사 카톡에 대한 대통령실 해명 중심으로 정치권 반응을 단순 전달했다.
16일엔 여권 대권주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여러 언론이 의혹을 살폈다. 다시 지상파 메인뉴스를 기준으로 보면 MBC는 <장모 구속되고 아내 사과해도‥ “尹후보 지지율은 그대로?”> <“2%p 앞서게 해주이소”‥ '조작'의 재구성> 등에서 실제 여론조사 조작이 이뤄졌음을 의심할 만한 정황, 여론조사 '조작'이 가능한 지점 등을 설명했다. SBS <자금 출처는? 대가는?…여론조사 조작 의혹 '눈덩이'> 리포트는 명씨 주장에 대한 전문가 해석을 짧게나마 전했다.
같은날 KBS <명태균 '친오빠' 해명 오락가락…야당 “여사가 직접 해명해야”> 리포트는 폭로 당사자인 명씨의 말이 뒤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여론조사 의혹 및 윤 대통령 부부와의 연결고리 등은 검증하지 않았다.
그리고 17일 검찰이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일부 뒤집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MBC와 SBS는 이를 메인 뉴스 첫 순서부터 상당한 비중으로 전했다. 이날 검찰은 김 여사 무혐의 처분에 대해 질의응답까지 4시간가량 브리핑을 진행했음에도, 주가조작 '주포' 진술 등에서 드러난 김 여사 개입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다.
MBC는 검찰 처분에 대한 5개 꼭지를 비롯해 정치권 반응 및 '김건희 특검법' 추진 현황, 명씨 여론조사 관련 후속 보도까지 8개 꼭지를 연이어 보도했다. SBS는 검찰 처분에 대해 리포트와 기자 출연으로 2꼭지, 특검법 및 정치권 반응까지 총 4꼭지를 할애했다. 두 방송사 모두 검찰 처분의 의미와 한계 등을 취재기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코너를 뒀다.
KBS의 검찰 처분 관련 보도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몰랐다”…검찰, 불기소 처분> <“주범들도 '몰랐다' 진술”…4년 반 '늑장 수사' 논란 자초> 리포트였는데 제목처럼 김 여사 해명과 검찰의 브리핑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일례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검찰에 대해 KBS는 “다른 관련자들도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알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이는 김 여사의 주장과 일치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포 김 모씨의 김 여사 관련 편지, 김 여사·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등 'BP 패밀리' 의혹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비판은 '늑장수사'와 수사심의위를 거치지 않은 마무리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데 그쳤다.
MBC는 “검찰은 이미 드러난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주가조작 주포 김 모씨는 도피 중 편지에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는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썼다”고 짚었다. 취재기자는 검찰이 “'BP패밀리'가 뭔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의혹을 설명하지 못하고, 브리핑 4시간 중 대부분을 비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검찰 보도자료의 “김 여사 진술서 같은 문장들”도 지적했다.
SBS도 여전히 의혹이 남는 대목들을 취재기자 출연 코너에서 다뤘다. 김 여사와 그 모친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로 거둔 수익이 총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됨에도, 검찰은 김 여사가 주식에 대해 잘 몰랐고 권 전 회장을 신뢰했다고 말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검찰 판단과 엇갈린 김 여사 주장에는 “김건희 여사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 외에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다수의 단독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JTBC '뉴스룸'의 경우 이날 <'도이치 의혹' 김 여사 무혐의> 특집 뉴스를 진행했다.
한편 KBS 박민 사장은 지난해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직후 KBS의 과거 여권 비판적 보도들을 불공정 보도로 칭하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으나 이후 보도들이 '땡윤뉴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장범 '뉴스9' 앵커는 올해 윤 대통령과의 단독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자그마한 파우치'로 칭해 뭇매 맞았다. 김성진 방송뉴스주간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호칭 등 강제 지침으로 비판을 샀다. 이들은 모두 차기 KBS 사장 공모에 지원해 서류심사를 통과했고 23일 KBS 이사회 면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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