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전문가들 “김포, 서울 편입? 지금 수도권 문제 해결 못해”

국민의힘이 입법 추진하는 김포, 서울 편입 일명 ‘메가 서울’ 프로젝트는 단순히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이라고만 볼 수 없다. 수도권 주민들은 생활권이 사실상 서울로 묶여있는데도 행정적 칸막이 때문에 교통 등 다양한 면에서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몇개 도시를 서울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본질적 해결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행정 구역은 그대로 두되, 생활권이 같은 도시끼리 다양한 인프라를 함께 논의해 구축하고 공동관리하는 행정 개편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통난, 초과밀학급, 문화시설 부족 김포…경기도 전체의 문제
김포는 수도권의 다양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서울 출퇴근길의 교통대란, 초과밀 학급, 일자리·문화체육시설 부족 등 복잡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2020년 실시된 통계청 조사를 보면, 인구 대비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김포시 인원 비율은 12.7%다. 10명 중 1명 이상이 매일 서울로 이동한다는 것인데 교통편은 취약하다.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지난 9월 오전시간대 최대 260% 출근길 혼잡도를 기록해 인근에선 ‘지옥철’로 불린다.
교통 문제는 김포만 겪는 게 아니다. 광명, 하남, 과천, 구리는 모두 매일 10명 중 2명 이상이 서울로 통근해 김포보다 서울 통근자 비율이 더 높다. 구리 역시 GTX-B 노선이 지나는 지자체 중 유일하게 정차역이 없는 곳으로 계속해서 교통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초과밀 학급 문제도 경기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김포 일반계 고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올 3월 기준 32.3명에 달한다.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경기 지역 시·군·구 31곳 중 10곳은 중학교 과밀학급 비율이 70% 이상이다. 과밀학급 비율이 80%이상으로 집계된 곳도 5곳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일부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이 늘어나면서 과밀 문제가 심각하다. 재원 한계가 있는 도내 교육청들은 전체적인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를 짓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기능과 행정의 미스매치…중앙정부 등 권한도 미약
교통, 학급, 문화시설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지역 간 협력이 필수적인 교통 문제는 대표적으로 지연되는 사업 중 하나다. 서울시 입장에선 생활권을 공유하는 여러 도시 중 특정 한두개 지자체에만 교통 혜택을 주기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지하철 5호선 연장안을 지난 5월 발표하기로 했으나, 지역간 갈등이 생기자 발표를 미뤘다. 김포시는 김포시와 서울을 잇는 직통 노선, 인천시는 검단 신도시 인구 유입에 맞춰 인천에 가까운 노선 연장을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상 김포 5호선 연장안이 무산됐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김포가 처한 상황이 전형적인 ‘기능과 행정의 미스매치’에서 온다고 말한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서울 생활권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장됐는데, 행정은 서울시와 경기도로 각각 분리되면서 행정구역이 오히려 인프라 개발을 발목잡는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며 “종합병원, 소각장 등은 도시 2개 이상이 합쳐진 광역 인프라인데 지자체마다 서로 이익을 위해 싸우면서 구축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간 갈등을 해결할 중앙정부의 권한도 마땅치 않다. 국토부가 주관해 광역적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동 문화 시설을 만든다는 내용의 ‘2040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초안이 나왔지만 아직 현실적 기능을 못하고 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광역도시계획은 시도간 협의에 의해 국토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되어있는데 협의 자체가 잘 안된다”라고 말했다.
서울 인구 매년 6만명 수도권 유출…답이 될 수 없는 ‘메가 서울’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메가 서울’은 본질적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김 교수는 “집값 때문에 지금도 매년 6만명씩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미래 경기도는 더 광역화될 수 있다”며 “현재 김포 등 몇개 도시만 서울에 넣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메가 서울은 기존 서울시민 입장에서 얻는 이익도 불명확하다. 벌써부터 서울이 김포를 받는 대신 김포시가 소각장 같은 기피시설을 받을 수 있다는 추측성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이 외곽으로 팽창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심 지역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앞으로 서울시민 세금이 김포에 쓰인다는 건데, 서울 입장에선 어떤 이익이 생긴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지금으로서는 김포의 개발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 균형 발전과도 어긋날 수 있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는 “부·울·경 등 지방의 메가시티는 행정적 자율성, 예산권 등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고 함께 생존하기 위해 뭉친 것”이라며 “반면 수도권의 서울 편입은 더 큰 밥상으로 숟가락 들고 가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며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든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와도 모순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메가 서울’이란 행정 구역 개편 대신, 생활권이 밀접한 도시가 광역 인프라를 함께 공유하고 관리하는 행정체계 개편부터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일본의 간사이 광역연합은 도쿄 인구 과밀화를 해소하고, 부와 현 단위를 뛰어넘는 공동 사무 처리를 위해 2010년 설립됐다. 도쿄와 외곽 교통망을 강화하고, 수도권의 업무, 산업, 문화, 주거 거점을 연계해 일체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 교수는 “현재 광역과 기초 두 구조로 구분된 행정 제도 자체가 매우 오래 됐다. 전 국토를 놓고 도시계획학자, 행정학자, 부동산, 시장 쪽이 모여서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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