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중심에 세운 야망, 류경 호텔의 시작
1980년대 중후반, 북한은 서울의 63빌딩과 경쟁하겠다며 평양 한복판에 105층짜리 초고층 호텔 건설을 전격 추진했다. ‘류경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 위용을 과시하겠다던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총 사업비만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였다. 외국 기술자와 자재, 설비까지 총동원해 화려하게 시작한 류경 호텔은 초반 외부 골조가 완성되어 “북한 버전 63빌딩을 능가한다”는 선전까지 이어졌다.

자금난과 건축 실패, 흉물로 방치된 초고층
하지만 외관만 화려했던 호텔 공사는 단숨에 추락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내부 인테리어 자재 수입은커녕 기본적인 공사비까지 끊기게 된다.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기도 전에 강행한 급박한 시공 때문에 건물 전체에는 균열이 발생했다. 중국 기술진은 구조적인 안정성 자체가 확보되지 않아 “폭파 해체해야 한다”는 평가를 남겼다. 1990년대 후반 류경 호텔은 공사가 멈춘 채 방치되며 평양의 흉물, 도시의 실패작으로 낙인 찍힌다.

이집트 재벌의 등장, 유리로만 단장된 반쪽 호텔
2008년 북한은 또 한 번 류경 호텔을 살려보고자 해외 자본 유치에 나선다. 이집트의 오라스콤 통신사가 평양 이동통신 독점권과 연결된 조건으로 투자를 제안하자, 외장 공사 재개에 성공한다. 건물 외벽은 최신 유리창과 철재 패널로 포장되었고, 평양 시민들은 “유리궁전”이라 부르는 환상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중동 정치 격변, 이집트 재벌의 철수로 내부 공사는 한 번도 시작되지 못한다. 3,000개의 객실은 빈 공간만 남은 ‘외장 호텔’에 그친다.

내부 인테리어 없음, 전면만 LED로 치장
북한은 세계적 비난과 조롱을 의식해 건물 전면부에 대형 LED 조명 10만 개를 설치하고, 밤마다 평양의 랜드마크처럼 보이게 할 뿐 내부는 텅 빈 상태를 유지한다. 호텔의 방들은 전기나 수도, 가구도 없이 철근·콘크리트만 남은 반완성 상태다. 꾸준히 건물 주변에 쓰레기와 냄새가 진동한다는 평양 주민들의 불만도 이어진다.

105층의 공허함, 류경 호텔은 실체 없는 ‘도심 유령’
류경 호텔은 오늘날까지도 ‘북한식 실패의 상징’, ‘세상에서 가장 비어있는 초고층 건물’로 남아 있다. 실제로 내부에 들어가 본 외국 기술자들, 제한적으로 공개된 사진은 “객실은 구조만 남았고, 벽과 바닥에 빈 콘크리트만 가득하다”고 증언한다. 호텔을 살리겠다고 했던 많은 해외 개발업체·투자자도 기술적, 법적, 정치적 한계에 부딪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건물 앞 쓰레기·냄새의 주범, 평양의 또 다른 충격
류경 호텔 주변에는 항상 불쾌한 쓰레기 냄새가 퍼진다. 그 원인은 의외로 호텔 내부가 아니라, 인근 평양 시민들이 이곳을 노상방뇨·쓰레기 투기의 장소로 여긴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된 105층 건물을 쓰레기장 취급하게 된 현실, 그리고 여전히 호텔로 운영되지 못하는 건물이 평양 한복판에 거대하게 세워져 있다는 사실은 도시 발전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류경 호텔, 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63빌딩을 능가하겠다는 북한의 꿈은 텅 빈 105층 건물과
외부 LED 조명만 남은 도시의 유령으로 끝났다.
최신 기술·외국 자본이 도입됐지만 정치·자금·관리 어느 하나 성공하지 못한 류경 호텔은
지금도 평양의 중심에서, 세계의 건축 실패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