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나는 절로!…백양사에 활짝 핀 ‘청춘 웃음꽃’

‘나는 절로, 백양사’ 가보니
조계종, 저출산 문제 해결 위한 만남 도모 광주·전남 첫 시리즈
전국서 947명 신청 경쟁률 47.35대 1…24명 1박2일 템플스테이

호남의 천년고찰 중 하나인 장성 백양사가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30대 미혼 남녀의 결혼을 스님이 주선하는 이색 ‘만남의 장’이 백양사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백양사의 공양간에는 처음 만난 24명의 30대 젊은 남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점심 공양(供養·절에서 음식을 먹는 일)을 하면서 1박 2일 간의 ‘나는 절로, 백양사’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하는 행사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결혼을 전제로 모인 남녀의 짝을 찾아주는 것으로 광주·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하자 조계종은 지난 2008년부터 ‘만남 템플스테이’를 운영해왔다. 올해 초 연애관련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조계종은 ‘나는 절로’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사업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강원도 낙산사에서는 1501명의 30대 남녀가 지원하기도 했다. 백양사에서도 남녀 각 10명 씩 선정하는데 총 947명이 지원해 47.35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조계종은 남녀 각 2명씩 추가해 총 24명을 선정해 인연 맺어주기에 나섰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이름은 딱 두 개로 정했다. 장성이 홍길동의 고장이라는 점에서 남자는 길동, 여자는 길순.

이들은 본격적인 행사 시작을 앞두고 템플스테이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회색 조끼·보라색 바지 등 사이즈만 다른 어엿한 ‘커플룩’이다. 남자는 청실, 여자는 홍실 단주(짧은 염주)를 배부받은 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들은 ‘결혼’을 전제로 참여한 만큼 자기소개 시간에 사는 곳과 나이, 직업을 밝혔고 매력 어필을 위해 “사진을 잘 찍는다”, “강남 자가보유”,“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등 본인의 장점을 어필하거나 ‘나는 절로’로 4행시를 선보이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경찰관 문길동(가명·37)씨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서류 심사를 통과해 모인 사람들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이미 높다”면서 “오늘 꼭 좋은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 참여했다는 고길동(가명·35)씨는 “연애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지원하려다 ‘나는 절로’로 경로를 바꿨다”면서 “헬스, 러닝, 등산 등 활동적인 취미를 갖고 있는데, 가치관이 잘 맞는 여성분과 함께 즐기고 싶다”며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35살에 결혼하는 게 목표였다는 최길동(가명·35)씨는 막상 서른 다섯이 되자 결혼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에 참여하게됐다. 최씨는 “기대반 설렘반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왔는데, 돌아가는 길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천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임길순(여·가명·32)씨는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하는데, 이제는 직장 동료가 아닌 남자친구에게 도시락을 싸주고 싶다”며 “단풍이 아름다운 백양사에서 의미있는 만남을 갖고 돌아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1:1 차담 프로그램에서는 10분마다 상대를 바꿔가며 본격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차담에서 생긴 호감도를 바탕으로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등에서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정관스님의 사찰음식 체험 시간에는 저녁공양 상대를 결정하는 1차 선택 시간을 가졌다.

여성 참가자가 남자 참가자 앞에 놓인 야채와 똑같은 야채를 들고 맞은편에 앉는 방식으로 호감을 표현할 수 있다. 놓여진 야채로는 정관스님의 지시에 따라 ‘감 말랭이 고추장 무침’, ‘표고버섯 조청조림’ 등 저녁밥을 함께 만들었다. 저녁 식사 이후 이어지는 레크레이션에서 야간자유데이트 상대를 결정해 1:1 심야 데이트가 진행됐다.

이번 나는 절로 백양사편에서는 낙산사보다 한 커플 더 많은 7커플(14명)이 탄생했다.

한편 올해 ‘나는 절로’ 프로그램은 다음달 14일 총동창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내년에는 하동 쌍계사에서 시작한다.

/장성=글·사진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이색소개팅 #백양사 #나는절로 #광주 #전남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