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같은 부지에 집을 나란히 짓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이 가족은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대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며 가깝게 지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외관에서는 통일감을 유지하면서도 자녀 세대의 집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도록 설계됐습니다.
부모 세대의 집이 밝은 흰색이라면, 자녀 세대의 집은 깊이 있는 검은색입니다. 처음 보면 주택보다는 작은 갤러리나 조용한 카페 같은 느낌을 줍니다.
현관 — 집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공용 입구를 지나면 자녀 세대의 현관이 보입니다. 문을 열면 작은 식재가 눈길을 끌며, 실내 정원 같은 느낌으로 공간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위로는 층고가 높아 빛이 들어오며, 낮에는 자연스럽고 밤에는 조명이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벤치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장자리 구조는 신발을 신거나 잠시 쉬기에 좋고,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 들어와 앉기에도 편리합니다. 단순한 현관을 넘어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간입니다.
다이닝 공간 —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른 곳

현관을 지나면 한눈에 시원한 공용 공간이 펼쳐집니다. 높은 층고와 큰 창 덕분에 낮에는 밝고 개방적이지만, 밤에는 조명을 낮추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식탁 주변은 다이닝 바처럼 차분하고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손님을 초대하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부모 세대의 집과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창의 위치를 어긋나게 배치해 시선이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거실 — 일부러 낮춘 천장이 만드는 안정감

다이닝과 이어진 거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천장을 낮추고 바닥을 한 단계 내려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월넛 바닥과 타일의 대비는 자연스럽게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과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큰 공간 안에서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 개방적 부분과 아늑한 부분이 공존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가족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다다미 코너 — 아이와 손님 모두를 위한 자리

거실의 한쪽에는 살짝 높인 다다미 공간이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자 독서 공간이며, 손님이 왔을 때는 좌식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책장으로 느슨하게 구분되어 있어 어수선해 보여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외부의 풍경은 공간에 여유를 더합니다.
2층 — 가족만을 위한 조용한 공간

2층은 개인 공간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스킵 플로어 형태의 자유 공간이 먼저 나타납니다. 현재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앞으로는 공부 공간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바깥 풍경 덕분에 답답함이 없고, 아래층과도 연결되어 가족의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 방과 욕실, 부부 침실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하나의 집 안에 여러 분위기를 담다
집 전체를 일부러 어둡게 만들지 않고, 밝은 곳과 차분한 곳을 대비시켜 다양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카페처럼 조용히 쉬고 싶은 순간에도, 가족과 함께 활기차게 보내고 싶은 순간에도 모두 어울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깔끔한 검은 집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예상보다 훨씬 따뜻하고 풍부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부모 세대와 가깝게 살면서도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가족에게 좋은 예가 될 주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