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이 잘 어울리는 드라마 속 여성 배우들 모음 5

배우들의 변신에 헤어스타일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최근 심경 변화나 출연작 여부를 판가름할 때 헤어스타일로 유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여배우들 숏컷은 여러모로 이목을 끈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숏컷으로 나왔을 때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정도. 최근 국내 작품에서도 이 같은 놀라움을 줄 배우들의 숏컷 변신이 거세다. 잘생김과 예쁨 그 사이. 숏컷으로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을 해낸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 5인을 만나보자.

<자백의 대가> - ‘모은’(김고은)

이미지: BH Entertainment 인스타그램

지난 9월에 열린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대도시의 사랑법> 월드 프리미어에서 주목을 받은 건 단연 김고은의 파격적인 픽시 컷(Pixie cut)이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속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재희는 장발이었기에 영화제에서의 이미지 변신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다. 김고은은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자백의 대가> 때문에 헤어스타일을 손볼 수밖에 없음을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살해당한 남편의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와 윤수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인물 모은(김고은)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상대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모은은 교도소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마녀’라고 불리는 인물로, 의뭉스럽지만 강렬한 감정 연기를 예상하게끔 한다. 여러모로 김고은의 픽시 컷과 캐릭터의 성격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예감이다.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에 대해 저돌적으로 달려갈 것 같은 분위기가 헤어스타일에서부터 확실하게 느껴진다. 특히, 전도연과 김고은은 2015년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약 9년 만에 이 작품을 통해 투톱으로 재회한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정년이> - ‘문옥경’(정은채)

이미지: tvN

tvN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의 대표 대중 예술이었던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소리를 하며 돈을 벌고 싶어서 목표에서 서울로 상경한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김태리)과 매란국극단 단원들의 경쟁, 연대, 성장을 그린다. 여성 국극은 여성 배우들이 남자 역, 여성 역을 모두 도맡는 것이 특징으로, 정은채 배우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남자 역 국극 배우 문옥경 역으로 분했다.

언제든 남자 캐릭터로 분장이 용이하도록 숏컷을 하고서, 손에는 검을 들고 화려한 목검술을 선보인다. 연기, 춤, 소리가 모두 완벽한 문옥경은 자신이 출연하는 모든 무대를 매진시키지만, 실은 오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극중 문옥경이 여성 팬과의 가상 결혼식을 올리는 건 여성 국극사의 실제 에피소드에 기반한 것으로, 당시 늘 팬들과 언론에 둘러싸여 있는 슈퍼스타의 삶을 사는 문옥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윤정년을 한눈에 알아보며 새로운 활기를 얻는다.

<아무도 모른다> - ‘차영진’(김서형)

이미지: SBS

SBS <아무도 모른다>는 왕따, 학교 폭력, 재단 비리 등 다양한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현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1팀 팀장 차영진(김서형)은 10대 시절 단짝 친구를 잃었던 과거를 안고 연쇄사건살인의 범인을 찾기 위해 이 일을 한다.

차영진은 자신이 느끼는 기쁨도 슬픔도 겉으로 무엇 하나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다. 가죽 재킷을 입고 숏컷에 왁스를 바르고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영진의 얼굴에서는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감지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를 가로지르는 주요 사건은 영진을 멘토처럼 따르던 아랫집 소년 고은호(안지호)의 추락 사건이지만, 드라마의 모든 이야기가 사건보다는 이토록 고독한 영진이라는 인물의 시선과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만일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로,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들을 천천히 해부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이태원 클라쓰> - ‘마현이’(이주영)

이미지: JTBC

JTBC <이태원 클라쓰>는 한 전과자와 그의 친구들이 이태원이라는 서울의 중심부에 모여 창업 신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전과자 박새로이(박서준)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레스토랑 ‘단밤’에 우연히 입장하게 된 마현이(이주영)는 요리 실력은 형편없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요리경연대회에 도전하는 캐릭터다.

이주영은 이 드라마에서 먼저 은발 숏컷으로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다 검은 생머리를 하고 클럽에 가서 여신이 되어보는가 하면, 누군가의 칭찬에 은발 숏컷을 하루아침에 흑발 숏컷으로 바꾸어버리기도 한다. 한 작품 안에서도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건 마현이의 ‘트랜스젠더’라는 소수자 정체성을 그가 다루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곁에는 “네가 너인 걸 굳이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라고 말해주는 박새로이 같은 사장님이자 친구도 있지만, 많은 순간 다양한 모습으로 진짜 자신을 숨겨야 했던 것이다. 이후 자신의 개인사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공개될 때, 그는 눈물을 꾹 참고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멘탈을 다잡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악마판사> - ‘윤수현’(박규영)

이미지: tvN

tvN <악마판사>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쇼와 함께 대중 앞에 등장한 ‘악마판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물이다. 대개 판사는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이지만, 악마판사 강요한(지성)은 때로 법관의 가면을 쓴 악마 역할을 자발적으로 도맡는다. 윤수현(박규영)은 광역수사대 소속 에이스 형사로 일할 때는 냉정하고 유능하지만, 오랜 친구 김가온(진영) 앞에서는 마음이 순식간에 무장해제된다. 수현에게 이 사회의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사명감이 주어진 이유는 가온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협으로부터 그를 지켜내고 싶기 때문이다.

깔끔한 숏컷을 유지하는 수현은 불량배들에 맞서는 거친 액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요컨대, 이 드라마 속 가온의 직업 또한 라이브 법정쇼의 시범재판부 판사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직 여성이 전문직 남성을 구하고자 하는 반전 구도가 흥미롭게 그려지는 식이다.

테일러콘텐츠 / Zapzee 에디터 서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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