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개미 잡아라”

곽창렬 기자 2026. 5. 13. 00: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통합 계좌’ 개설 시작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인 통합 계좌’ 도입을 본격 준비하면서, 급등하는 국내 증시에 또 다른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사려면, 금융 당국에 인적 사항을 사전 등록하고 국내 증권사에 본인 명의의 개별 전용 계좌를 개설하는 복잡한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외국인 통합 계좌’가 본격 도입되면 국내 증권사가 아닌 외국 증권사 계좌를 통해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일괄적으로 삼성전자 등 우리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를 통해 ‘파란 눈의 동학 개미’,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 개미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급증할 경우 국내 증시의 외국인 거래 대금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복잡한 절차 덜어낸 통합 계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규모는 지난 2022년 약 571조원에서 작년 1311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일반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는 번거로움이 있어 더 많은 자금 유입을 막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해 정부는 외국인 통합 계좌 도입 방안을 내놨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일일이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이나 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문과 결제 과정, 인적 사항을 우리나라 금융 당국에 보고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서비스가 잘 정착되면 단계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밀려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현대차 등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이후 우리 증시에 대한 투자가 더 익숙해지면 중·소형주나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하나증권 등 속속 서비스 출시

국내 증권사들은 제도 도입에 맞춰 외국 증권사 등과 제휴해 통합 계좌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0월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 홍콩 엠퍼러증권과 제휴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증권사는 중국이나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일본 캐피털 파트너스 증권과 계좌 개설을 끝냈고, 이달부터 본격 서비스를 진행한다. 다만 두 증권사를 통한 거래는 모두 전화, 이메일 등 오프라인 결제를 통해서만 진행된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초기 테스트를 위해 오프라인 서비스로 우선 시작했으며, 향후 온라인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12일 온라인을 통한 통합 계좌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전 세계 170국, 460만 고객 계좌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증권사인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손잡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 서비스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우리 증시가 활성화하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글로벌 주식 거래 앱인 ‘위불(Webull)’과 업무 협약을 맺고 향후 이 앱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KB증권도 다음 달 정식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으로 투자 편의성은 높아지지만, ‘금융 당국의 시장 감시망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에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거래하면 한 달 치를 모아 우리나라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외국인 통합 계좌 시행에 맞춰 보고 기간이 분기별로 완화됐다. 이로 인해 시세 조종 등 이상 거래 징후가 포착되더라도 적기 조사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으로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경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상 거래 징후가 있으면 즉각 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으며, 국내외 악재에 반응하는 것은 외국인이나 국내 투자자나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