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르게 중국이 대만 침공 준비 중? 숨길 수 없는 ‘전쟁 징후’ 4가지!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무역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이 다시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쯤되면 또 중국과 대만 양안의 군사적 위기 소식이 들려올 지 모른다. 벌써 한국 언론은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을 두고 마치 전쟁이 내일이라도 터질 것처럼 묘사하는 보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임박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거대한 행위는 단순히 언론에서 일어날 것 같다고 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다시 또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 사진= 연합뉴스

전쟁의 징후는 어떤 게 있나

전쟁이란 행위는, 우발적으로 격화되어 발생하지 않는 한, 이기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거대한 준비 과정을 동반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따라서 만약 중국이 정말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한다면, 그 움직임은 일정한 징후를 남길 수밖에 없다.

첫째, 군수 생산의 확대다. 대만을 상대로 한 전면 침공은 단순한 무력시위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가진다. 특히 해협을 건너는 대규모 상륙작전은 현대전에서 가장 복잡하고 준비가 까다로운 군사행동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국경에서 병력을 대기시키다 진격하면 되는 게 아니라 대규모 수송선단을 갖추고 상륙전에 요구되는 역량을 가진 전력을 공중과 해상으로 입체적으로 상륙시켜야 하며 이들이 취약할 때 적의 반격을 분쇄할 대공망 등의 역량을 동시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공 최소 6개월 ~ 1년 전부터는 정밀 유도 미사일, 상륙 장비, 병력 수송선의 대량 생산과 소모성 탄약 비축이 불가피하다. 서방이 활용하는 위성사진이나 중국 군수산업의 가동률, 무기 부품 수급 통계만 보더라도 이런 변화는 은폐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실제 침공 준비가 진행된다면, 중국 해안 조선소에서 상륙 및 수송용 선박 건조가 급증하고, 군수 공장의 야간조 운영 같은 신호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중국 해군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Type 003, EMALS 캐터펄트 탑재) 갑판에서 차세대 스텔스 함재기 J-35가 운용 시험을 진행하는 장면. 의도와 시기와는 별개로, 중국의 대만 침공 수행능력은 해군항공력,정밀타격능력 등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경제 충격도 사전대비해야 한다

둘째, 경제·금융적 대비다. 여러 전쟁에서 보여지듯 경제력은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 체력이다. 중국이 양안 전쟁을 일으키려고 결심했다면 전쟁 이후로도 지속될 서방의 경제 제재나 충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버틸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전쟁 전에 외환 통제를 강화하고 해외 자산을 회수해야만 한다. 동시에 석유, 가스, 곡물, 의약품 같은 전략 물자 비축량을 급격히 늘릴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단기전을 예상하고 이런 방비를 느슨히 했다가 해외 금융자산이 동결되며 큰 타격을 입은 사례는 베이징 지도부에도 중요한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된 해외 기업들의 철수 행동, 갑작스러운 자본 회수, 금융시장에서의 급격한 자금 이동은 전쟁 임박의 신호로 관찰될 수 있다.

예비병력 동원과 야전병원 설치도

셋째, 사회·군사적 동원이다. 중국이 전면전을 준비한다면 병력과 사회 전반을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정비해야 한다. 전역이 임박한 군인들을 대기시키고, 예비 병력들을 동원할 것이다. 또한 북부, 중부, 서부 전구의 병력들을 일정 부분 이동시킬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 극동군관구 등의 지역에서 병력이 이동 하는 것을 전쟁 준비의 증거로 제시했고, 이는 옳은 판단이었다.

또한 전상자 대량 발생을 대비해 중국 남부 지역에 대규모 야전 병원과 병력 정비 및 보급소들이 설치될 것이다. 이는 대규모 공사와 자재 이동을 필요로 하기에 일반 시민들에게도 노출될 것이고, 서방의 눈에는 더 잘 보일 것이다. 이렇듯 전쟁은 간단히 군함이나 전투기 등 장비 몇 대를 움직여서 수행할 수 있는게 아닌, 준비를 철저히 해야하는 작업이기에 그 흔적이 여러 곳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1일 한광(漢光) 연습 기간 타이베이 시내 공원에 전개된 대만 공군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체계. 한광 연습은 대만군의 최대 규모 연례 합동훈련으로, 중국의 침공·봉쇄 시나리오를 가정해 지휘소 모의전과 야외 실기동·실사격을 점검한다.

가장 명확한 징후는 '외교인력 철수'

넷째, 외국인·외교 인력의 철수다. 만약 실제 침공이 임박한다면, 가장 명확하고 공개적인 징후 중 하나는 바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대사관 철수 조치일 것이다. 미국은 전쟁이 임박한 지역에서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재대만협회의 철수나 필수 인력 축소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체가 전쟁 위험 신호로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외교관과 자국민을 속속 철수시켰고, 이는 러시아의 의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만약 베이징이 실제로 개전을 준비한다면, 타이베이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처럼 침공은 단순한 버튼 하나로 시작되는 사건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노력을 기울이는 대규모 동원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뚜렷한 신호가 없음에도 누군가가 ‘대만 전쟁 임박’과 같은 주장을 한다면 이 주장을 확인해보고 어떤 근거와 의도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군사적 긴장 가능성 배제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만해협의 긴장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이 전면전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그보다 낮은 단계의 군사적 압박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진먼, 롄장과 같이 대만이 점유한 소규모 도서를 제한적으로 점령하거나, 군함을 포진시켜 사실상의 해상 봉쇄를 시도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전략들은 양안 간 전면전처럼 국가 총동원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대만 사회를 고립시키고 정치적 양보를 끌어내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전쟁의 ‘징후’가 없다 해서 상황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국의 군사훈련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고,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발적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필자가 언급했듯 전쟁은, 우발적으로 격화되어 발생하지 않는 한, 준비를 많이 하고 일으키는 행위다. 이 뜻은 우발적인 상황에서 양측이 준비가 안 되었지만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긴장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따라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두 가지다.

첫째, 과장된 위기론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함이다. 언론이 “전쟁 임박”을 외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현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면 침공은 반드시 감출 수 없는 징후를 남기게 되어 있다. 대규모 군수 증산, 금융·경제 통제, 사회적 동원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긴장이 높아진 국면이지 곧바로 전쟁 직전의 단계는 아니다. 이런 맥락을 놓치면 자칫 불안과 공포만 키우게 된다.

둘째, 그렇다고 위협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면 침공의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중국은 저강도 압박을 통해 대만을 흔들 수 있고, 미중 간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작은 충돌이 순식간에 확대될 수도 있다. 전쟁은 철저히 준비해야 벌일 수 있는 사업이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겹쳐 우발적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포도, 안일함도 아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분별력이다. 과장된 위기론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가능한 상황에 차분히 대비하는 것. 전면 침공이라면 반드시 뚜렷한 징후가 뒤따르지만, 그 징후가 없다고 해서 긴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제한적 도서 점령, 해상 봉쇄, 우발 충돌처럼 다양한 형태의 압박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