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피의 복수”…레바논 파병 가능성까지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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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오랫동안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시리아·예멘·이라크의 세력들, 이른바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과 대리전을 벌여왔다.
이란 관리인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는 이날 엔비시(NBC)에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 레바논과 골란고원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승인이 분명히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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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저항의 축’ 핵심 세력인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던 수장 제거에 이란은 즉각 보복을 공언했으며, ‘이란군 레바논 파병’까지 언급됐다. 이 경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넘어 중동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각) 전날 헤즈볼라 지도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디히예를 정밀 공습해 수장 나스랄라 등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며 “북부 주민을 안전히 귀환시키고 역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는 등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성명을 통해 “나스랄라 사무총장이 순교자 동지들과 함께 하게 됐다”고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이란은 보복을 천명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을 촉구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스랄라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의로운 조처”라며 환영 성명을 내놨다.
이란은 오랫동안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시리아·예멘·이라크의 세력들, 이른바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과 대리전을 벌여왔다. 헤즈볼라는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세력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결투장을 던졌다. 이스라엘이 확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남은 행동은 테헤란 폭격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내에선 파병 얘기까지 나온다. 이란 관리인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는 이날 엔비시(NBC)에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 레바논과 골란고원에 군대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승인이 분명히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중동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속사정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개혁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로 피폐해진 경제 회복을 위한 대외 관계 개선에 나선 참이다. 이때문에 이란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헤즈볼라나 이라크·시리아에 있는 다른 무장 세력을 통해 대리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디 애틀랜틱은 “이란이 어떤 반응을 택하더라도 자신이 승리할 수 없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촉발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인프라가 파괴되면 복구에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테헤란에는 서방과의 새로운 협상 시대를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갈등 예방 기구인 국제 위기 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디렉터 알리 바에즈도 “이스라엘이 이란에 군사적·경제적으로 매우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란 정부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란은 지난 7월 페제슈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온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일과 관련해, 보복을 천명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조용히 헤즈볼라를 재건하는 데 집중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며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포위되어 있지 않다. 시리아와 이라크 등을 통해 무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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