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또 허탕칠라” 민원 오픈런…‘먹통 전산망’ 재발 방지책은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11.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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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전산망이 복구되고 첫 평일 업무가 시작된 20일 전국 구청과 주민센터 곳곳에서는 민원인들의 '오픈런'이 펼쳐졌다.

전산망 복구 이후 별다른 문제없이 민원 서류 발급, 무인 발급기, 정부24(온라인 민원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시민과 전문가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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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전산망 ‘새올’ 복구 첫날
이른아침부터 민원인 몰려
추가 장애없이 업무 처리
이상민 장관 “정상운영 중…
민간 참여 TF 꾸려 원인규명”
정부 발주전산망 구축 작업서
대기업 제한·쪼개기 지적 여전
“시스템 유지 비용 적절한지 따져야”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24’가 복구된 20일 서울 동대문구청을 찾은 민원인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정부 행정전산망이 복구되고 첫 평일 업무가 시작된 20일 전국 구청과 주민센터 곳곳에서는 민원인들의 ‘오픈런’이 펼쳐졌다. 전산망 복구 이후 별다른 문제없이 민원 서류 발급, 무인 발급기, 정부24(온라인 민원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시민과 전문가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민센터는 운영 시작 10여분 전부터 15명 가량의 민원인이 창구 앞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40대 정모씨는 “지난 17일 전세계약 확정일자를 받으러 왔다가 허탕만 치고 왔다”며 “아직 확정일자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터질지 몰라 전산망이 복구됐다는 소식에 모든 일을 다 미루고 주민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주민센터가 문을 열기 30분 전부터 기다렸다는 최모씨(49)는 “지난 금요일(17일) 병원에 내야 할 서류가 있었는데 결국 내지 못했다”며 “병원에 양해를 구하고 제출 날짜를 연기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24’가 복구된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은 민원인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경기도 용인시의 한 주민센터도 직원들의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기자들이 몰렸다. 신모씨(61)는 “복구됐다는 소식에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또 과부하가 걸릴지 몰라 일찍 왔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은평구의 한 주민센터 민원실에서는 6명 가량의 민원인이 서류 발급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행정전산망이 멈춘 지난 17일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러 왔다가 발길을 돌린 송모씨(46)는 “저의 경우에는 급한 일이 아니라 괜찮았는데 전세계약 같은 중요한 증명서 발급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면 정말 곤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전산망이 정상화 되고 난 후 첫날이라 북적일 거라 생각해 대비했는데 민원인은 평소와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24 등 온라인을 통해 각종 증명서를 발급 받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까지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중심으로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전산망 작동 상황을 관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대책본부회의를 열고 “20일 12시 기준 약 53만건의 ‘새올’ 접속이 있었고 원할히 작동하고 있다”며 “정부24도 민원 26만여건을 처리하는 등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민간 전문가와 정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지방행전전산서비스 개편 TF를 21일 구성해 원인 분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당초 영국 출장 계획이 잡혀있었지만, 전산망 장애 발생으로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 이 장관은 23일로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행안부 현안 질의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홍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자정부 시스템이 좋아져 국민들의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사고 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며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값비싼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 ’대기업 배제 정책에 따른 쪼개기 발주‘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대기업에만 맡기면 관련 중소기업이 모두 무너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시스템 구축 작업 참여를 제한하고, 여러 업체들이 참여해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 이번 사태처럼 원인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병걸 동양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는데, 인력 부족이나 비용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시스템 유지 관리에 비용을 너무 적게 측정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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