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감독 "송강,이도현 인기 얻고 달라졌다"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송강, 이도현

이응복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즌1 때만 해도 신인급이었던 송강, 이도현 배우의 달라진 점에 대해 언급했다.

감독은 "시즌3에서 확실히 더 성숙해졌다"라며 "많은 작품들을 찍고 와서인지 두 사람 모두 캐릭터에 몰입을 더 잘하더라"며 배우들을 치켜세웠다.

'스위트홈' 시즌1부터 3까지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의 모습. 이 PD는 '스위트홈' 연출을 돌이키며 "고통스러웠지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인터뷰] "세계관 왜 확장했냐고요?" '스위트홈' 이응복 PD의 답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5년 여정을 끝마쳤다. 2020년 12월 시즌1을 공개한 '스위트홈'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9일 각각 시즌2와 시즌3을 공개하며 완결됐다.

시즌1은 한국 드라마 처음으로 미국 넷플릭스 10위권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이어진 시즌은 규모를 확장했지만, 산만하고 갈피를 잃은 전개로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스위트홈'은 작품 완성도와 별개로 크리처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고, 실험적인 장르물도 통한다는 걸 보여주는 등 한국 드라마에 여러 유산을 안긴 작품으로 남게 됐다.

'스위트홈' 전 시즌을 이끈 이응복 PD를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PD는 그간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지리산' 등을 연출한 '히트메이커'로 손꼽힌다.

5년의 여정을 끝낸 그는 "아직까지 시원한 마음이 드는 건 없다. 시즌3이 공개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반응들을 계속해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연출한 모든 작품이 중요하죠. 그런데 '스위트홈'은 (연출의)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어서 불안했고, 고통스러웠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5년에 걸쳐 3개의 작품으로 내놓을 수 있어서 감사드려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큰 힘이 돼줬어요."

'스위트홈'에서 이진욱(왼쪽)에게 설명하고 있는 이응복 PD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확장하면 망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시즌1이 욕망에서 탄생하는 괴물로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렸다면, 시즌2는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조명했다. 시즌3은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을 배경으로 생존자들의 사투를 담았다.

이응복 PD는 '스위트홈'을 통해 "인간성을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극 중 인물들은 이유도 없이 괴물이 돼요. 이후 고치가 되고, 고치에서 모든 욕망을 소비한 뒤 감정이 제거된 신인류가 되죠. 이 안에서 '스위트홈'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과연 내 연인, 가족, 친구가 신인류가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시즌1은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 속에서 탄생하는 괴물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그린홈'이라는 허름하면서도 고립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긴박함을 통해 작품만의 독창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원작을 벗어나 고유의 세계관을 펼친 시즌2와 3은 달랐다. 규모를 확장해 까마귀 부대, 밤섬 특수재난기지, 스타디움 등 볼거리를 늘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출연시켜 몸집을 한껏 부풀렸지만, '스위트홈'의 매력과 집중력을 잃은 전개로 아쉬운 평가를 얻었다.

이 PD는 시즌1을 돌이키며 "그렇게 좋아해 줄지 몰랐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거웠다"면서 "그래서 시즌2와 3에서는 원작과 비슷하게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서 '헤쳐모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서 이 PD는 "무조건 확장하면 망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세계관 확장이 아니라 (시즌2와 3을 통해)플레이그라운드를 확장하고 좁히는 것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작품을 보면 시즌1의 미덕이 시즌2에서는 희석이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창작자로서 (작품이 사랑받았던)미덕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가 중요했는데, '스위트홈'은 (무대와 등장인물은 고정적인)'시추에이션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그린홈에서 밖으로 빼내고, 새로운 과정으로 가는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캐릭터와 장소가 새롭게 등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필연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PD는 "선수(배우)를 뽑아야 하는데, 다른 쪽에서 활동하는 선수를 어떻게 뽑겠나"라면서 "특히 아포칼립스물을 하는 데 있어서 촬영 장소가 부재한 문제도 있다. 고정된 세트와 출연자가 아니면 시즌제 제작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스위트홈' 시리즈를 통해 스타 배우로 성장한 이도현(왼쪽부터), 고민시, 송강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스위트홈'이 남긴 것...배우들과 기술력

'스위트홈'은 신인 배우들을 과감하게 주연으로 기용한 작품이다. 그 결과 시즌1 당시 유망주였던 배우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등은 현재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누비는 대세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히 시즌3에서는 송강, 이도현, 고민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들이 잘 될 줄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더라고요. 태도도 좋았고요. 시즌1때 세트 한 군데에서 다 같이 지냈거든요. 협동심도 강했죠. 그런 것들이 좋은 자산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버지 같은 마음이냐"는 농담에 이 PD는 "다른 작품에서 활약하는 거를 보면 뿌듯하다"면서 "아버지보다 팬으로 박수 쳐주고 싶다. 아버지면 용돈을 줘야 하지 않나"라고 웃었다.

크리처 장르의 전성시대를 연 '스위트홈'은 완성도 높은 VFX(시각특수효과)와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된 다양한 크리처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제각각 사연을 가진 괴물의 모양새와 움직임을 구현해 내며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기술적인 노하우가 축적되기도 했다.

"시즌1때는 CG를 소극적으로 썼어요. 많이 안 보여주고 액션도 하다 말았거든요.(웃음) 시즌2와 3은 과감하게 펼치려고 했어요. 시즌1이 원작 기반이라면, 2와 3은 새롭게 창조한 크리처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PD에 따르면 시즌1때는 미국에서 온 전문가를 초빙해야만 했다면, 시즌2와 3은 국내 기술력과 인력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즌2에 나오는 아포칼립스 환경 역시 전부 CG로 완성했다.

'스위트홈' 공개 이후 수많은 크리처 장르의 작품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 PD는 "많이 기획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서사인 거 같다. 서사가 뒷받침되고 크리처를 구현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스위트홈'이 좋은 레퍼런스가 돼서 (크리처물에)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위트홈' 시리즈를 이끈 차현수 역의 송강.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