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8시가 되면...남자의 뇌는 확 줄어든다, 왜?

정은지 2024. 9.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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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서 호르몬 영향에 따른 뇌 부피 변화 스캔...아침 저녁 점진적으로 부피 줄어들다가 밤동안 다시 회복 패턴 보여
밤 8시에 남자의 뇌 부피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뇌는 아침과 저녁 사이까지 점진적으로 부피가 줄어들며, 밤 동안 다시 회복되어 이러한 주기가 반복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밤 8시에 남자의 뇌 부피가 가장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뇌는 아침과 저녁 사이까지 점진적으로 부피가 줄어들며, 밤 동안 다시 회복되어 이러한 주기가 반복됐다.

남성의 몸에서 매일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뇌의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연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펄먼 의과대학 정신과 연구팀이 26세 남성의 뇌를 30일 동안 40회 스캔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남성의 하루 동안 점차적으로 수축한 후 밤 사이에 수면을 통해 다시 원상복구되는 패턴을 발견했다고 최근 '신경과학회지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은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8시에 진행됐다. 이 시간대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코르티솔, 에스트라디올의 수치가 각각 가장 높고(7am) 낮기(8pm) 때문이다.

스캔 연구 결과, 하루 동안 뇌의 전체적인 부피와 대뇌 피질(뇌의 바깥층)의 두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런의 세포체와 그 연결을 포함하는 회백질의 부피는 평균 약 0.6% 감소했다. 특히, 후두엽과 두정엽으로 알려진 두 개의 피질 영역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으며, 소뇌, 뇌간, 해마의 일부를 포함한 뇌의 더 깊은 구조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이러한 뇌 영역은 각각 운동 조정, 뇌와 신체 사이의 정보 전달, 기억 저장에 관여한다.

연구를 진행한 박사후 연구원 로라 프릿셰트는 "남성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갈수록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치가 70% 감소한다"며 "이러한 변화의 폭은 나이가 들수록 좁아지지만, 기본적인 패턴은 평생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이 변화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여성은 일상적으로 호르몬의 변화를 겪지만, 생리 주기가 동시에 장기적인 호르몬 변화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뇌 부피의 감소는 매일 호르몬 감소와 평행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호르몬이 실제로 뇌의 변화를 유발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UCSB) 심리 및 뇌 과학 박사 과정 학생인 엘 무라타는 "이 부분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질문지만, 해당 연구는 호르몬이 여성에게만 관련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저녁 남성의 뇌 부피 변화...특정 시간대 인지적 감정 변화와도 연결 가능성

이전 연구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뇌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체내에서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한 종류로, 스테로이드라는 화학 구조를 가진 지용성 분자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여성의 생리 주기는 전체 뇌의 부피 변화와 연관돼 있고, 피임약과 같은 요인에 의해 호르몬 주기가 변할 때 뇌 부피는 아무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십 년간 진행된 동물 연구에서도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짧은 시간 내에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호르몬 변동에 따른 뇌 변화는 주로 여성의 생리 주기와 관련해 연구돼 왔지만, 남성도 일상적인 호르몬 변화에 따라 뇌의 부피와 연결성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호르몬이 남성과 여성 모두의 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같은 남성의 뇌 부피 변화는 신경 네트워크의 연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집중력, 의사 결정 능력, 감정 조절과 같은 뇌의 기능적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인지적, 감정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령, 저녁 시간이 되면 피로감이 증가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뇌 부피 감소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뇌 부피 감소가 남성의 행동에 어떻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기반으로 수면이 뇌의 역학과 호르몬 변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살필 계획이다. 수면과 뇌의 일일 주기, 그리고 뇌와 뇌 중추신경계 쓰레기(노폐물) 처리 시스템인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해 대사 질환 및 정신 건강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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