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내년에 1위 노린다고?...롯데와 현대 “우린 가만있나?”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2. 11. 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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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건물에 걸린 현수막 [사진출처 = 연합뉴스]
“신세계 오픈을 축하합니다. 새로운 쇼핑문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009년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건물에는 이같은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당시 신세계와 부산 상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직전이었는데요. 롯데가 선의의 경쟁 의지를 알리기 위해 내건 현수막이었죠. 업계 1위로서, 유통업계 ‘맏형’으로서 여유가 묻어났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롯데백화점 신입 사원들에게 이같은 얘기를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도 “진짜 그랬냐?”며 반신반의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롯데가 굳건히 지켜온 백화점 업계 1위란 아성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40년 백화점 1위 롯데 ...추격하는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출처 = 신세계백화점]
롯데가 무려 40년 이상 고수해 온 백화점 1위 자리. 그 위상이 흔들린다고 보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단일 점포 매출로 1위를 차지한다는 점과 둘째, 전체 매출 측면에서 롯데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국내 단일 점포 기준 매출 1위입니다. 2010년 연매출 1조원을 처음 달성한데 이어 2017년 롯데백화점 본점을 매출로 누르고 현재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매출 1등 백화점이란 타이틀도 거머줬지요.

각 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매출은 롯데백화점 11조7740억원, 신세계백화점 9조6360억원, 현대백화점 8조4800억원 순을 기록했습니다.

매출로만 보면 롯데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을 앞섭니다. 그런데 점포수 대비 실적 효율로 봤을 때 롯데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롯데백화점의 전국 점포수는 32개, 신세계백화점은 13개로 롯데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죠.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분기 롯데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7.3% 늘어난 768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089억원으로 흑자전환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로 6096억원을 올렸는데요. 전년동기대비 19.8% 늘어난 규모입니다. 영업이익은 1094억원으로 50.5% 성장했죠.

롯데백화점과 달리 고급화 대형화를 이룬 신세계백화점이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외부인사 영입에 과감한 투자...변신하는 롯데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출처 = 롯데쇼핑]
그렇다고 1위 명성이 막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롯데 측은 강조합니다. 특히 신세계 안팎에서 나오는 “내년이 D데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롯데 뿐 아니라 현대백화점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 ‘내년이 D데이’란 말은 롯데가 주춤하는 틈을 타 내년이면 신세계가 롯데를 매출 측면에서 제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말을 들은 롯데백화점 측은 단박에 반문하지요. “우리가 왜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2위가 추격해 오는데 꿈쩍 안할 1위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라고요.

소위 좌판만 깔면 백화점 매출이 올라가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곳이 롯데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보수적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롯데는 이미 창사 42년만에 롯데맨을 우선 기용하는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했습니다.

왼쪽부터 롯데e커머스 대표이사 나영호 부사장, 롯데마트 대표이사 강성현 부사장,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오카도 그룹 대표이사 팀 스타이너(Tim Steiner), 오카도 솔루션 대표이사 루크 젠슨(Luke Jensen), 오카도 솔루션 부사장 데이빗 하디만 에반스 (Daid Hardiman-Evans) [사진출처 = 롯데쇼핑]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와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유통사업군에 8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 최대 5조원 가량은 백화점 리뉴얼과 복합쇼핑몰 개발에 사용할 예정인데요. 이는 신세계백화점이 매출 도약을 이루기 위해 펼쳤던 전략과 유사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6년부터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의 리뉴얼 및 증축을 단행했고요. 대구와 대전 신세계 등의 오픈을 적극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대형화 전략을 통해 업계 1위 롯데백화점 자리를 위협하는 발판을 마련했지요.

롯데 관계자들은 만날 때마다 얘기합니다. “2016년 형제의 난을 비롯해 최종 의사결정자의 부재로 투자 적기를 놓친 것이 굉장히 뼈아픈 부분이다”라고요. 이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매고 있는 롯데입니다.

신세계 턱밑까지 따라붙은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포레스트에 조성된 ‘H빌리지’ [사진 출처 = 현대백화점]
어쩌면 백화점업계 1,2위간 매출 격차가 좁혀진 것보다 2,3위간 매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백화점 ‘빅3’하면 빠지지 않는 현대백화점이 있어섭니다.

두 백화점은 공교롭게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지역 공약으로 내건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을 두고 경쟁을 한창 벌이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문화복합몰과 광주신세계 확장을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2조1032억원의 순매출(백화점이 직접 매입해 물품을 판매한 매출)을 올려 사상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입성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해 역대 최대인 2조1365억원 순매출을 달성했고요.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순매출은 2조8880억원이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점포수(16개)는 신세계백화점 점포수(13개)보다 3곳이 더 많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 문을 연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은 글로벌 매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제치고 서울에서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출점 1년만에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1조 클럽’ 가입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과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0년 ‘최단 기간 매출 1조’를 달성한 후 대형화 전략을 통해 매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대백화점 더 현대 서울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이맘 때쯤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백화점으로 총 10곳이 집계된 바 있습니다.

기존 신세계 강남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롯데 본점, 롯데 잠실점, 현대 판교점에 더해 신세계 대구점, 현대 압구정본점, 갤러리아명품관, 롯데 부산본점, 현대 무역센터점 등 5곳이 새로 가입을 했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백화점들이 이름을 올릴까요.

유통가의 총성없는 경쟁은 네버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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