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여사 무혐의, 법률가 양심 따른 결론...崔 접근 치밀”
김 여사, 디올백 포기 의사...국고 귀속될 듯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2일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등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검찰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수사팀은 이날 107쪽 분량의 PPT를 통해 김 여사와 최 목사 등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가 지난 5개월 간 1만1500쪽, 30권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검토한 끝에 검사들의 일치된 판단으로 불기소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종국적으로 공소유지와 입증의 책임을 지는 수사팀이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무혐의 결론에 수사팀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최 목사, 수차례 직무관련성 부인…뒤바뀐 진술만으로 기소 못 해”
이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최 목사가 2022년 6~9월 김 여사에게 선물한 디올백, 샤넬 화장품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수사팀은 여러 증거를 종합해 최 목사의 선물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
이 결론에는 최 목사 본인이 검찰과 언론 등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수 차례 말해왔던 점 등이 고려됐다. 최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2022년 6월 선물한 샤넬 화장품에 대해 “순수한 마음의 취임 축하 선물” “청탁과 전혀 무관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 목사 본인이 김 여사와의 만남을 기록한 ‘복기록’에도 “개인적 관계의 선물이지 뇌물이나 청탁 용도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2022년 9월 전달된 디올백에 대해서도 최 목사는 검찰에 “김 여사를 접견하는 입장권 티켓”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목사는 비슷한 시기 언론에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라고 인터뷰 했다. 샤넬 화장품, 디올백을 사비로 구매해 최 목사에게 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도 검찰에 “샤넬 화장품은 취임 선물로 준비한 것” “디올백은 청탁 목적이 아니고, 청탁 목적이었으면 몰카를 찍을 이유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소리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요청,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목사는 김 전 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요청하는 카카오톡을 김 여사에게 한 차례 보냈는데 이에 대해 검찰에서 “청탁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김 전 의원 측도 “최 목사에게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부탁한 적 없고 부탁할 이유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통일TV 송출 재개 요청은 디올백 전달 약 1년 뒤 이뤄졌는데, 검찰은 “김 여사가 디올백 수수 시점에 통일TV 송출 중단을 예측할 수 없었고 대법원 판례도 이런 경우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와의 만남을 복기하면서 “개인적인 관계 선물이지 뇌물이나 청탁 용도가 아니다”라고 썼다가, 최근 언론사에 복기록을 배포할 때는 이 문장을 지우기도 했다.
최 목사가 최근 검찰 조사 때와 입장을 바꿔 “디올백 선물에는 청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최 목사의 바뀐 진술만 갖고 기소할 수는 없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목사의 변경된 일부 진술만으로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보고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론 냈다”고 했다.
◇“崔, 의도 갖고 치밀하게 접근…카톡 최소 191회 의도적 삭제”
한편 검찰은 최 목사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을 불기소하면서도 이 사건에 대해 “최 목사가 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준비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특히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동향 사람”이라며 접근하고 김 여사의 부친과의 관계를 강조한 점, 김 여사를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반대 세력을 깎아내리는 문자를 수차례 보낸 점, 김 여사가 답장을 보내지 않자 “서글프다” “단답이라도 해달라”며 김 여사를 압박한 점 등을 봤을 때 최 목사가 초기부터 김 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목사는 “저는 보수가 아니고 진보 목회자인데 두 분을 보면 눈물 난다” “이재명 후보 측이 윤석열 후보 내외를 악마화하는데 두렵고 참담하다” “거울 보면서 밝게 웃는 연습 필요하다” 등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 김 여사가 카톡 대화의 외부 유출을 걱정하자 “제가 이명수 같은 사람이냐” “미국에 있는 제 와이프도 모른다” 등 김 여사를 안심시키는 대화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 목사는 검찰에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임의제출하면서 상당수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최 목사가 2022년 1월~2023년 9월 김 여사와 총 2000여개의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그중 689개는 미제출 내지 삭제한 것으로 보이고, 최소 191개는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최 목사가 지운 카카오톡은 대부분 김 여사를 칭찬하거나 진보 세력을 비판하는 대화였다. 김 여사의 미모를 칭찬하는 내용, 서울의소리가 민주당 2중대라는 내용,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더 간교하고 가볍고 기득권자라는 내용 등이 삭제됐다고 한다. 반면 김 여사 측은 별도 삭제 없이 모든 대화 내용을 검찰에 제출했다.
◇”디올백, 기포 위치까지 동일”
한편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디올백과 대통령실이 검찰에 제출한 디올백이 동일한 가방이라는 점도 다각도로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 목사는 ‘김 여사가 검찰에 제출한 것은 내가 준 게 아니다. 시리얼넘버를 메모해서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나는 포장 뜯어 내부 확인한 적 없다’고 명확하게 진술했다”고 했다. 또 “디올 본사에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가방은 시리얼넘버가 없고 제품식별번호도 표시 안돼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특수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긁힘방지용 스티커 접힌 부분의 기포 위치와 개수까지 동일한 점을 확인했다. 포장지가 접힌 위치와 바느질로 인한 실밥 위치까지 동일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디올백에 대해 “김 여사 측의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받았다”면서 “가방은 공매를 통해 국고 귀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데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이나 영부인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사례가 많다”고 했고, 검찰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있었던 상황이어서 수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 수사 결론은 모두 대검에 보고하고 협의해 내렸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러 “국제 정세 악화는 美와 동맹국 도발 탓”
- 태국서 택시 훔쳐 달아난 한국인 50대 남성…“취한 사람 같았다”
- ‘은평구 존속 살해’ 30대 男 구속…“도주 우려”
- 이란 최고지도자, 이스라엘에 “압도적 대응 받게될 것”
- 민주당 집회에 與 “특검은 핑계, 목적은 ‘이재명 방탄’”
- 사실혼 아내 마구 때려 숨지게 한 70대, 2심서도 징역 20년
- 한국, 쿠바와 평가전 13대3 완승… 2연전 싹쓸이
- "접종도 안하고 딸 얼굴 만져"…사진촬영 우려한 박수홍 아내, 무슨일?
- 인천서 성 소수자 축제 열려…기독교계에선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
- 신경 안정제 먹고 무면허 운전한 20대 여성…9명 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