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때 돈 벌고 성수대교 붕괴로 몰락한 기업 결국은...

동아건설의 영광과 몰락: 한국 건설산업의 역사를 관통하다

중동 건설 붐의 선두주자에서 재계 10위 기업으로

동아건설은 1945년 최준문 창업주가 설립한 충남토건을 모태로 시작되었다. 1957년 동아건설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의 길을 걸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동아건설은 중동 건설 시장 진출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77년 사우디아라비아 콰디마 항만공사와 1979년 알주와 산악도로 건설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최원석 회장의 뛰어난 사업 수완과 추진력이 있었다.

동아건설의 전성기는 1984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로 정점을 찍었다. 20세기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로 평가받는 이 프로젝트는 1단계와 2단계 공사 수주액만 각각 31억 달러와 62억 달러에 달했다. 이를 통해 동아건설은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발돋움했고, 최원석 회장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다각화 전략과 재계 10위 그룹으로의 도약

동아건설은 건설업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다각화 전략을 펼쳤다. 196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물류 분야로 진출했고, 1983년에는 금융권 진출을 위해 공영토건과 동해생명을 인수해 동아생명을 출범시켰다. 1992년에는 방송 사업에도 뛰어들어 동아마스터비전을 설립하고 1995년 동아TV를 개국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동아그룹은 1990년대 중반 2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0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1997년에는 11조 원의 자산과 22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수대교 붕괴와 외환위기: 몰락의 시작

동아건설의 영광은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기점으로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동아건설이 시공한 성수대교의 붕괴로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회사는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었다. 최원석 회장은 무료로 성수대교를 재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동아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해외공사에 치중하던 동아건설은 국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투자한 1조 4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묶이게 되었다. 김포 매립지 개발 사업의 실패도 그룹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워크아웃과 파산: 한 시대의 종말

결국 동아그룹은 1998년 국내 기업 최초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최원석 회장은 모든 보유 주식에 대한 처분권을 채권은행단에 위임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아건설은 2000년 11월 최종 부도 처리되었고, 2001년 5월 11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동아건설의 파산은 단순히 한 기업의 몰락을 넘어 한국 건설산업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와 같은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한국 건설업의 위상을 높였던 기업의 몰락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교훈과 시사점: 한국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한 성찰

동아건설의 흥망성쇠는 한국 건설산업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첫째, 해외 시장 진출의 중요성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둘째,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의 위험성을 일깨웠다. 셋째, 건설 품질과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현재 한국 건설산업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안전성 제고, 친환경 기술 개발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동아건설의 사례는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기업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 되고 있다.

한편, 동아건설의 몰락 이후 회사의 일부 자산은 다른 기업에 인수되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SM그룹이 동아건설산업을 인수하면서 회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현재 동아건설산업은 SM그룹의 건설 부문 주력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아건설의 역사는 한국 건설산업의 성장과 위기, 그리고 재도약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한국 건설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미래의 가능성을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한국 건설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동아건설의 역사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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