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풍향계' 마이크론, 실적 예상치 상회했지만 가이던스 실망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수요 부진 탓에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18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장 마감 후 2025회계연도 1분기(9~11월)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8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79달러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인 매출 86억8000만달러와 EPS 1.73달러를 각각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0% 급증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이것이 제품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기기 제조업체의 주문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사업부는 재고 감축으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자동차 및 산업 부문 매출도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79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월가 전망치인 89억9000만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정 EPS 전망치도 1.53달러로 제시해서 예상치인 1.92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마이크론은 “현재 고객들의 재고 감축으로 인한 영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조정 기간은 비교적 짧을 것으로 예상하며 봄이 되면 고객 재고가 더 건전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내년 PC 시장이 약 5% 성장하고 대부분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비자들이 기기 교체 주기가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진단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중심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계연도 하반기에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사는 시장에서 마진이 가장 높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AI 기반의 성장을 활용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탁월한 위치에 있다”고 자평했다.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에 HBM 시장 전체가 3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9월에 제시한 250억달러에서 대폭 상향한 것이다. 또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에 신규 공장 및 장비에 140억달러(약 20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이던스를 내놓자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4% 넘게 급락 중이다. 올해 들어 마이크론은 22% 상승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