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을 때 찌릿한 두통"… 진통제로 안 낫는다면 '후두신경통' 의심 ④ [손끝에서 발끝까지]

두통이 생기면 편두통이나 경추성 두통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진통제를 먹어도 낫지 않고 뒤통수와 목 뒤쪽에서 전기가 흐르듯 찌릿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후두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후두신경통은 머리 뒤쪽을 지나는 말초신경인 후두신경이 압박되거나 손상되면서 해당 신경 경로를 따라 통증과 이상 감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거북목 자세가 일상화되면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당수 환자가 경추성두통과 편두통으로 오인해 수년간 불필요한 신경차단술, 도수치료, 진통제만 복용하다 뒤늦게 진단받는다. 후두신경통의 정의와 원인, 편두통, 경추성두통과의 차이, 치료와 예방 수칙까지 신경외과 손병철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뒤통수에서 정수리까지 찌릿… 후두신경통이란
얼굴·머리·목의 감각은 크게 두 신경이 담당한다. 얼굴을 담당하는 삼차신경과 머리·후두·목을 담당하는 후두신경이다. 후두신경은 승모근 힘줄 사이의 좁은 통로인 '승모근 터널'을 통과하는데, 이 공간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마찰로 염증이 생기면 부종이 발생하며 특징적인 통증이 나타난다. 이를 후두신경통이라 한다.
통증은 주로 귀 뒤쪽 뒷머리에서 찌릿찌릿하게 시작되며, 위로 방사되면 정수리·측두부까지, 아래로 방사되면 목 옆·어깨까지 퍼진다. 손병철 교수는 "후두신경은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과 맞물려 있어, 후두신경이 많이 자극되면 눈 주위·뺨·턱, 귀 주위, 귓속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나는 '안면전이통'이 동반되기도 한다"며 이어 "후두신경통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 안과·이비인후과·치과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후두신경통은 대부분 2주~한 달 내 자연 호전되지만, 이후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찌릿한 통증이 무겁고 조이는 듯한 통증으로 변하기 때문에 경추디스크, 일자목, 편두통 등으로 오진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거북목·스마트폰 사용… 후두신경통을 부르는 생활 습관
후두신경통 발생 원인의 절반은 승모근 터널이 선천적으로 좁은 체질적 요인이다. 이런 경우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특정 자세나 피로가 쌓이면 신경이 눌려 통증이 시작된다. 나머지 절반은 후천적인 생활 습관이 원인이다. 고개를 만성적으로 숙이는 자세,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책상 작업처럼 반복적으로 목을 앞으로 빼는 동작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세가 지속되면 승모근이 긴장하고 터널이 더욱 좁아져 후두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손병철 교수는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정도로, 현대인의 생활 자체가 후두신경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그 결과 후두신경통은 점점 더 흔해지고 있고, 특히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이 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체질이나 생활 습관 요인 외에 대상포진 같은 바이러스 감염, 경추 관절염, 양성 종양 등도 후두신경에 염증이나 압박을 일으켜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뒤통수가 찌릿하다면"… 후두신경통·편두통·경추성 두통 이렇게 다르다
후두신경통은 경추성 두통, 편두통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경추성 두통은 경추의 구조적 이상이나, 근육 경직, 잘못된 자세로 인해 목 주변 신경이 자극을 받아 머리까지 통증이 전이되며, 뒷목을 누르거나 목을 돌릴 때 증상이 심해진다. 편두통은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신경 섬유가 압박을 받아 발생하며, 한쪽에서 박동하듯 지속되는 통증과 함께 구역·구토, 빛·소리 공포증이 특징이다.
반면 후두신경통은 귀 뒤쪽 뒷머리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손병철 교수는 "이 통증이 목과 정수리·측두부까지 동반된다면 후두신경통을 더욱 의심해야 한다"며 "머리를 감거나 베개에 눕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두피 접촉에도 통증이 유발되거나, 전기가 통하는 듯한 저릿한 느낌, 화끈거리거나 뜨거운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이상 감각도 후두신경통의 특징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다른 질환과 혼동되어 오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만성 후두신경통 환자 대부분은 겉으로 보기에 정상이지만 주사·물리·도수치료 등을 반복적으로 받으며 버티고 있다. 손 교수는 "안면전이통 증상이 심한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삼차신경통으로 잘못 진단되어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받거나, 치통으로 오인되어 신경치료·발치까지 받고 오는 환자들을 드물지 않게 본다"며 "뒤통수와 목 통증이 만성화된 경우 목디스크 수술을 받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오진을 피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후두신경통 진단은 통증의 위치와 양상을 먼저 확인한 뒤, 승모근 터널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는 후두신경차단술로 확정한다. 주사 후 통증이 사라지면 후두신경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약물치료부터 생활 습관 개선까지… 후두신경통 관리법
대부분의 후두신경통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일부에서는 만성적인 불편감으로 이어져 집중력 저하와 일상생활 제약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는 후두신경차단술과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손병철 교수는 "후두신경통은 신경통 약을 진통소염제와 함께 복용해야 호전되며, 일반적인 목디스크 약이나 근육이완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에도 충분히 호전되지 않으면 후두신경감압수술을 고려한다.
예방의 핵심은 자세 교정과 규칙적인 목 스트레칭이다. 스마트폰을 볼 때는 화면을 눈높이로 올려 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누워서 엎드린 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손 교수는 "후두신경통은 경험 있는 전문의가 아니면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가 2년 이상 다른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찾아온다"며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에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 반복되거나, 만성적인 두통에 목과 얼굴의 이상 감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후두신경통의 안면전이통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별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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