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언급한 주 최대 ‘60시간’…1953년 제정 근로기준법과 같아

세종=손덕호 기자 2023. 3.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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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근로시간, 1953년 60시간으로 시작
→1989년 64시간→2003년 68시간→2018년 52시간
한국노총 “노동시간 한국전쟁 이전으로 돌리는 것”
민주노총 “200여년 전 영국 ‘공장법’ 기준”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따르면 일이 몰릴 때에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그런데 이 같은 ‘주 최대 60시간’ 근무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담겨 있던 내용이어서,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초청 오찬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 상한 캡 씌우지 않은 것 유감…보완 지시”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의 단위 기간을 ‘월·분기·반기·년’ 중 노사 합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정부는 추후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밝혔다.

◇1953~1988년 : 법정 근로시간 주 48시간, 최대 주 60시간

이날 안 수석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 까지 근무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고쳐, 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캡)을 정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같은 ‘주 최대 60시간’ 근무는 한국전쟁 중인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 정해졌던 최대 근로시간과 같다. 한국에서 근로기준법은 1953년 5월 10일 제정됐다.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이 체결되기 두 달 전 전쟁통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이다.

당시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에 대해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며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현실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58년 제조업 부문 대부분의 기업체가 1일 평균 10시간 이상의 노동을 요구했다”며 “전국 약 650개에 이르는 자동차 운수사업에 종사하는 13만명 노동자는 하루 18시간의 중노동을 강요당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채 끝나기 전인 1953년 5월 제정된 근로기준법. /국회도서관 제공

◇1989~2002년 : 법정 근로시간 주 44시간, 최대 주 64시간

법정 근로시간 상한은 노태우 정부 때 최대 64시간으로 늘었다. 1989년 3월 공포된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토요일 오전에 약 4시간을 일하고 오후에 쉬는 반공일(半空日)이 도입됐다.

연장근로는 최대 20시간이었다. 근로기준법은 “당사자간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여기에 휴일 근무를 더해 주 64시간까지 연장 근로가 가능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3월에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다. 이 때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됐다.

◇2003~2017년 :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 최대 주 68시간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며 법정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다. 1998년부터 추진되던 주5일제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반공일’이 15년 만에 없어졌다.

그러나 연장근로를 더한 최대 근로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당시 근로기준법은 ‘1주’의 범위를 평일(월~금)으로 해석했고, 평일에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토·일요일에 각각 8시간씩 일할 수 있었다. 이를 더하면 주 최대 68시간 근무가 가능했다.

◇2018년부터 :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 최대 주 52시간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3월 공포된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종전과 같지만, 휴일을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했다. ‘1주’의 범위를 평일 5일과 주말 2일을 더한 일주일로 해석한 것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7월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에 시행됐고, 2020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5~49인 사업장에도 2021년 7월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됐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 부담을 고려해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해 주 6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 ‘8시간 추가근로제’ 유효기간 2년 연장을 추진했으나, 야당 반대로 근로기준법 개정에 실패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 30인 미만 사업장에게 올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장시간 근로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주69시간제 폐기 촉구 기습시위를 하는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노총, 尹대통령 향해 “주 69시간은 길고 60시간은 괜찮나”

노동계는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주 최대 근무시간이 69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지만 ‘69시간’만 강조하는 모습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70년 전인 1953년 부산에서 제정된 노동 3법 중 근로기준법에는 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으로 기재돼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69시간 제도는 노동시간을 한국전쟁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주 69시간은 길고 주 60시간은 괜찮다는 건가”라며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60시간은 200여년 전 영국의 ‘공장법’이 정한 기준이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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