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의 기사 제목
유독 기억에 남는 시즌이 있다. 2023년이 그렇다. 줄무늬 트윈스가 반짝이던 해다.
개막 초반부터 1~2위를 줄타기했다. 그리고 오랜 염원을 이뤘다.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시비 가릴 일도 하나 둘이 아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일 총칼이 날아다닌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업(業) 아닌가. 여러 매체가 수많은 기사를 쏟아낸다. 물론 <…구라다>도 그중 하나였다.
일을 하다 보면 그렇다. 꽂히는 지점이 생긴다. 당시의 트윈스는 거대한 현상이었다. 그중 유독 등장인물 한 명에 눈길이 쏠린다. 염갈량이다.
대개 그렇다. 얘기를 풀어내는데, 감독만큼 적당한 사람은 없다. 게임 전체를 총괄하고, 팀에 대한 상징성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등장하기 마련이다.
당시 쓴 글의 제목이다.
분류 A
‘염 감독의 해명은 틀렸다’ (2023년 4월)
‘큰일 난 듯 기우뚱거린다…이런 2위는 본 적이 없다’ (2023년 6월)
‘감독의 입’ (2023년 11월)
분류 B
‘분명 잘하긴 하는데…왠지 어수선한 염갈량 야구’ (2023년 4월)
‘1등 LG에 딴지? 너무 잦은 도루 실패, 어떻게 봐야 하나’ (2023년 4월)
‘염경엽 감독은 왜 뻔히 보이는 사인을 내고, 작전을 걸까’ (2023년 8월)

거듭된 비판 기사에 접수된 불만
제시한 6개가 전부는 아니다. 더 있을 것이다. 또 <…구라다>가 아닌 매체 OSEN을 통해 노출된 것도 있다.
보시다시피 비판적인 내용들이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라. 트윈스 전체를 그렇게 바라본 것은 아니다. 호평이 더 많다. 이를테면 선수 얘기할 때다. 김현수, 고우석, 김진성, 박동원, 켈리 등등은 당연히 훌륭하고, 멋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독 염 감독에 대해서만 박하게 군 것은 사실이다. 그가 책임자고, 결정권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감당해야 하는 자리라는 통념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리가 밝은 사람이다. 본인도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혹은 ‘진의가 아니다’, ‘왜곡됐다’ 같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간접적으로 <...구라다>에게 불만이 접수됐다. 지인 몇 명이 얘기를 전해준다.
그게 가을 무렵이었다. 얼마 후 트윈스는 숙원을 이뤘다. 그렇게 2023년이 저물었다.
각설하고.
굳이 시시콜콜한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오늘도 염 감독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일단 변명을 앞세운다. 염 감독은 좋은 감독이다. 유연하며, 변화무쌍하면서, 승부 호흡이 강하다. 다만 지적한 것은 2가지 부분이다. 소통 방식과, 과도한 작전 혹은 (게임에) 개입에 대한 것이다.
글 앞에 예시한 비판 기사는 6개다. A와 B로 분류했다.
A는 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 벤치에서 3루 코치를 향해 대로하면서 소리 지른 사건 ▶ 김현수의 부진을 해명하는 과정에 논란을 키운 일 ▶ 고우석의 변화구를 지적하면서 본인의 반발을 부른 점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염 감독의 소신에 대한 반론은 여전히
그리고 B는 작전이나 주루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아시다시피 그 해 트윈스는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틈만 나면 뛴다. 아니, 틈도 안 났는데 뛴다. 무수한 주자가 객사했다. 압도적인 시도 횟수와 처참한 실패율이 우려를 낳았다. 팀 내에서도 회의론이 일었다.
그런데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감독 자신이 계속 밀어붙인다. 파급 효과를 역설한다. 이런 논리다.
“LG랑 하면 다들 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자가 나가면 상대 수비나 투포수의 집중력이 분산된다. 자연스럽게 직구 승부도 많아진다. 우리 타자에게는 유리한 조건이 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피해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 ‘아웃 하나가 늘었다. 그리고 주자도 사라졌다’라는 점이다.
2023시즌 도루성공률이 62.2%에 불과하다(리그 평균 72.4%). 주루사, 견제사 역시 가장 많다. 누상에서 삭제된 주자만 194명에 이른다. 그런 팀이 정상에 올랐다. 그러면서 우승의 요인으로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꼽는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밝힌다. “(주루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코칭스태프들도 걱정이 컸다. ‘여기서 나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라며 밀고 나갔다.”
오지환 같은 핵심 선수도 비슷하게 말한다. “처음에는 우리끼리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결국 감독님 말씀이 맞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주루사, 도루자가 반드시 작전의 실패는 아니다. 오히려 부수적인 효과가 크다. 결국 팀에는 전체적인 이익이 된다.
사실 이런 얘기는 혼란스럽다. 성공의 경험이라고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1등이라고 꼭 100점은 아니다. 95점을 받아도 최고가 된다. 그렇다고 틀린 문제 5개의 답에도 모두 동의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객관적인 사실은 분명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패는 해롭다. 특수한 상황, 특별한 조건을 대입하기 시작하면, 주관적, 상대적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질 뿐이다. 심하게 되면 궤변이라고 치부될 수 있다.

트윈스 1승에 품격 한 스푼
그렇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또 하나 생겼다.
그러던 2주 전이다. 화제의 매치업이 이뤄진다. 트윈스-이글스의 3연전(8~10일)이다.
토요일(9일) 게임은 초반에 기울었다. 3회 말에 염 감독이 X자를 그린다. 1루 주자 박해민에게 도루 금지 사인을 낸 것이다.
당시 스코어는 6-0이었다. ‘지나친 배려 아니냐. 너무 그러면 상대 기분 나쁘다.’ 일부는 그런 얘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다. 당사자는 이렇게 밝힌다.
“내가 도루를 금지하는 시점이 6~7점 앞설 때다. 우리가 (불펜) 승리조를 내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상황이다. 감독 생활 동안 이 사인을 낸 경기에서 역전패한 적은 없다. 우리 선수들도 이 불문율을 안다. 그래서 박해민도 바로 이해했다.”
다음 말이 뭉클하다.
“감독 첫 해에 내게 그런 걸 가르쳐준 분이 김경문 감독님이시다. NC가 많이 이기고 있었는데, 주자들이 1루에서 움직이지 않더라. 그걸 보면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웠다.”
물론 이게 작전 얘기는 아니다. 도루 실패, 주루사에 대한 찬반 논란과도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결국 본질에 대한 문제다. 승리는 중요하다. 작전은 그걸 위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기느냐는 더 중요하다. 멋있고, 품격 있는 승리는 진정한 강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그날 이후다. 트윈스의 1승에 품위가 한 스푼 더 보태진 느낌이다.
세 줄 요약 (빠니보틀 따라 하기)
1. 염 감독 비판 기사를 몇 개 썼다. 과한 주루나 작전에 대한 것들이다.
2. KS 우승 이후에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더라.
3. (이글스 전) 6-0에서 도루를 자제하라는 사인을 내더라. 그걸 보고 배려와 품격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