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바람의 나라' 게임과 공예가 만났다

서정민 2024. 11. 2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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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진흥원과 넥슨재단이 함께 진행한 ‘시간의 마법사: 다른 세계를 향해’ 특별 전시 중 김범용 국가무형유산 유기장 이수자의 작품.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국가유산진흥원과 넥슨재단이 함께 진행한 ‘시간의 마법사: 다른 세계를 향해’ 특별 전시가 12월 1일까지 덕수궁 덕흥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넥슨재단의 사회공헌사업인 ‘보더리스’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보더리스’는 게임과 다른 문화예술 장르와의 융합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함께 게임 IP 등의 콘텐츠를 이용한 특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게임과 공예가 만났다. 국가무형유산 공예분야 전승자와 현대 공예작가 10인이 넥슨의 대표적인 게임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바람의 나라’ 등 게임 IP를 활용한 독창적인 공예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일명 ‘보더리스-Craft판’이다.
조혜영 전시 총감독은 “게임과 공예라는 전혀 다른 장르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를 고민하다 ‘시간’이라는 단어를 찾아냈다”고 했다. 그는 “게임 속 세계는 현실의 물리 법칙에 구애받지 않고 개발자의 상상력에 따라 과거·현재·미래가 자유롭게 맞물린다. 공예 장인들은 한 가지 기술로 최고가 되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과거로부터 미래의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며 “게임과 공예는 아주 낯선 각자의 언어를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거-현재-미래 세계에서 새로운 세상과 창작물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데 주목했다”고 했다.
노일환 아트디렉터는 “덕수궁은 한국 최초의 전기발전소가 설립된 장소로 그 특수성에 집중했다”며 “덕수궁을 찾은 게임 캐릭터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안내하는 윤도(일종의 나침반)와 장인·작가들이 만든 조명을 이용해 ‘시간과 방향성’이라는 주제를 펼쳐놓았다”고 했다.
국가유산진흥원과 넥슨재단이 함께 진행한 ‘시간의 마법사: 다른 세계를 향해’ 특별 전시 중 김석영 작가가 게임 '마비노기'의 중요한 상징인 모닥불을 조명으로 재해석한 작품.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전시공간인 덕흥전에 들어서면 우선 중앙에 거대한 윤도가 놓여 있다. 삼국시대부터 연구돼온 윤도는 하나의 나침반 위에 풍수지리, 별자리, 방향, 음과 양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는데 이번 전시에선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안내자로서의 상징적 역할을 한다. 조대용 국가무형유산 염장 보유자가 만든 아름다운 빛깔의 대나무 발은 공간과 공간 사이를 구분하는 장치로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게 하는 기분을 자아낸다.
윤도를 사이에 두고 사방으로 나뉜 공간에는 김동식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 김범용 국가무형유산 유기장 이수자, 김시재 매듭장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김희수 국가무형유산 윤도장 보유자의 작품들을 통해 조명으로 거듭난 공예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 그 사이마다 권중모, 김석영, 김영은, 정다혜, 천우선 등 현대공예작가 5명이 작업한 조명 오브제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특히 전통 한지를 이용해 한국적인 조명을 탐구하고 있는 조명디자이너 권중모 작가는 이번에 다양한 조명 디자인을 총괄했는데 조대용 염장과 함께 만든 조명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운데 긴 전구를 두고 기하학적인 형태가 특징인 거북문양 통영발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조명인데 그 모습이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권 디자이너는 “투과되는 성질을 이용해 발이 돋보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잘 살 수 있도록 굴곡 있는 유리를 적용했고, 사방을 유리대신 발로 감싸서 은은하게 빛을 투과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노일환 아트디렉터는 “10명의 창작자는 빛과 관련한 조명 작품을 만들면서 각 작품에 넥슨의 IP를 담았다”며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도 있고 창작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유산진흥원과 넥슨재단이 함께 진행한 ‘시간의 마법사: 다른 세계를 향해’ 특별 전시 중 김동식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가 게임 '바람의 나라'에 등장하는 부채를 재해석해 만든 윤선 조명.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예를 들어 뫼비우스의 띠를 닮은 정다혜 작가의 말총 오브제는 과거-현재-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는 게임 속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한 것이고, 섬유공예가 김영은의 노방 소재 발은 덕흥전 한쪽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장치이자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오가는 온라인 게임처럼 덕흥전과 현실을 나누는 경계로 쓰였다.
김희수 윤도장은 윤도에 ‘바람의 나라’ ‘마비노기’ 로고를 새겼고, 김시재 매듭장은 켈트 전통 매듭에서 착안해 디자인된 '마비노기' 로고를 반영했다. 금속공예가 김석영은 ‘마비노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닥불을 형상화한 조명을 만들었고, 김범용 유기장은 LED 조명을 켜면 ‘메이플스토리’를 상징하는 단풍잎이 마법처럼 나타나는 조명을 디자인했다. ‘바람의 나라’에도 다양한 형태의 부채가 등장하는데 김동식 선자장은 특히 흑백의 둥근 윤선으로 아름다운 조명을 만들었다.
최영창 국가유산진흥원 원장은 “하나의 공예품을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정성, 노력을 깊이 들여다보며 공예에서의 ‘시간’과 게임 세계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게임과 공예가 이렇게도 만날 수 있다니 놀랍다. 공예와 게임이 함께하는 모험에 용기 있게 도전하시고 멋진 작품을 완성해주신 열 분의 공예가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며 “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게임과 전통공예의 영역이 모두 한 차원 더 넒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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