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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CEO들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하반기 주요 이슈(디지털 전환, 세법 개정 대응 등)에 대한 대응방안을 시험대에 오른 CEO의 리더십으로 풀어냅니다.

이찬우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2월 취임 이후 "신뢰의 금융, 혁신의 새로운 기준"이라는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며 그룹의 근본적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라는 이색 이력과 함께 빈번한 금융사고로 실추된 그룹의 신뢰를 회복할 '구원 투수'로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다만 여전히 수익 구조의 취약성과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회장은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디지털 혁신과 비은행 부문 강화, 그리고 인공지능(AI) 플랫폼 도입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려 한다.
'업계 4위' 도약과 엇갈린 성과…내실 다지기 집중
농협금융은 상반기 1조628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5대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4위에 올랐다. 2020년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에 오른 뒤 상반기 다시 탈환한 것이다.
주가지수 상승에 힘입어 NH투자증권이 상반기 465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그룹의 비이자이익을 지탱했다. 다만 상반기 전체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핵심 계열사 농협은행에서 이자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건전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2분기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2.37%로 1분기 대비 0.12%p 상승했으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60%로 0.12%p 낮아졌다. 이 회장이 강조한 '내실 다지기' 전략의 초기 성과로 평가된다.
농협금융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신용감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자산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신용손실 위험에 적극 대처해왔다.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전)은 258.38%, 130.21%로 1분기 대비 각각 4.48%p, 0.66%p 상승했다.
상반기 내실을 다지며 숨고르기를 마친 이 회장이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협은행이 종합방위산업체 LIG넥스원과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협약을 맺으며 방산 가치사슬을 집중 공략해 우량한 기업대출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또 전국 최다 점포망을 기반으로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위해 보증기관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춘 성장 전략으로 평가된다.

취임식 대신 콜센터로…'현장'에서 해답 찾은 리더십
이찬우 회장의 리더십 철학은 '신뢰'와 '혁신'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그는 취임사에서 "고객 신뢰 없이 금융회사의 미래는 없다"며 윤리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철학은 취임 첫날 형식적인 취임식을 생략하고,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고객행복센터(콜센터)를 방문해 직접 상담 현장을 체험하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장 중심의 소통 리더십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취임 100일 동안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젊은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 지역 방문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시계 제로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기존 방식을 초기화하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더불어 이 회장은 방어적 자세를 넘어 능동적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위기가 아닌 혁신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대표적 사례가 농협생명이 운영하는 '이노베이션 유닛'으로 임직원이 현업 지식을 활용해 업무 개선 및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뢰에 기반한 지속가능 경영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사고 제로' 도전…내부통제 AI로 정조준
이 회장은 농협금융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금융사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부통제 관련 근본적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만 6건, 총 4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5대 시중은행 중 최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과다대출 및 직원 횡령 사고 등이 이어졌다.
그는 '금융사고 제로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8월 CEO 메시지를 보내며 윤리 경영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농협금융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매주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주제로 한 윤리·준법 교육 실시 △금융사고와 부당행위 관련 익명제보 접수채널 '레드휘슬 헬프라인' 시스템 도입 △내부통제 전문인력 확충과 사고예방팀, 책무관리팀 등 조직 신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성형AI 도입을 바탕으로 디지털혁신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의 디지털 전략은 신뢰 회복을 위한 리스크 관리 도구와 혁신에 기반한 고객 경험 창출이다.
선봉장을 맡은 농협은행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잠재적 부실을 사전에 감지하는 'AI 감리역'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감리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된 감리 알고리즘을 활용해 우량차주를 선별하고 고위험 차주에 대해 부실위험을 사전 예측해 필요한 지표를 생성한다. 이와 함께 예측형 AI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AI 추천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장이 추진하는 혁신 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농협금융의 전체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의 대손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고 여전히 이자이익에 치중된 수익구조는 불안감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농협금융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뢰기반과 지속가능 경영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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