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극지인⑦] “남극 기후변화, 바다 깊은 곳에 답이 있어요”

조회 492025. 3. 28.
남극세종과학기지는 남극 바다의 비밀을 밝히는 극지 해양 연구 수행의 중추다. 제38차 월동연구대로 세종기지를 찾은 김종훈 대원은 앞으로 1년간 킹조지섬 바톤반도 해역의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모두 관찰 기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 시사위크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생명 역사의 시작이자 현재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환경인 ‘남극’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1만7,000종 이상의 남극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뿐만 아니라 남극의 바다는 ‘기후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발생하는 유빙과 염분·해수면의 변화는 남극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때문에 남극 바다를 연구하는 것은 기후변화 연구의 최전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남극세종과학기지는 남극 바다의 비밀을 밝히는 극지 해양 연구 수행의 중추다. 이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월동연구대 대원은 김종훈 해양대원이다.

제38차 월동연구대로 세종기지를 찾은 김종훈 대원은 앞으로 1년 간 킹조지섬 바톤반도 해역의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모두 관찰 기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김종훈 대원은 매일 아침 '부두 앞 변화 모니터링 업무'를 위해 부두 앞에서 해수를 채취한다. 그 다음 CTD, YSI 염분 측정기 등을 이용해 세종기지 부두 앞의 수온 및 염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정리한다. / 시사위크

◇ 아침마다 바닷물을 긷는 ‘해양대원’

해변의 펭귄들도 잠든 아침, 세종기지 부둣가에서 월동대원 한 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김종훈 해양대원이었다.

김종훈 대원의 손에는 기다란 전선이 연결된 관측 장비와 커다란 플라스틱 비커, 양동이가 쥐어져 있었다.

다른 월동대원보다 김종훈 대원이 부지런히 움직인 이유는 ‘부두 앞 환경 변화 모니터링 업무’ 때문이다. 매일 아침 CTD, YSI 염분 측정기 등을 이용해 세종기지 부두 앞의 수온 및 염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정리한다.

수온·염분 측정뿐만 아니라 주변 생물군 채집도 김종훈 대원의 주요 연구 업무 중 하나다. 일주일에 2~3회 세종기지 부두 앞에서 바닷물을 채수한 후, 그 속에 있는 미세조류, 미세플랑크톤, 엽새우, 크릴새우 등을 채집한다.

이를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액체 속 화합물을 분리하는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해 해양생물의 엽록소, 체내 성분 등을 분석한다.

김종훈 대원은 "남극 해양 생태계는 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로 인한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조지섬의 바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연구 데이터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김종훈 대원은 “남극 해양 생태계는 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로 인한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특히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조지섬의 바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연구 데이터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쿠아리움 시설 유지 및 점검도 해양대원의 역할이다. 세종기지에는 하계 연구 기간, 동계 기간 채집한 해양생물을 기르는 수족관 시설이 있다.

이때 사용한 수족관 시설은 고장이 나지 않도록 소금기가 없는 담수로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또한 수조와 배관 누수 점검, 해수 유입 필터 교체, 사육 중인 해양생물의 채집과 유지관리 업무도 해양대원이 담당한다.

김종훈 대원은 “킹조지섬의 해양 생태계는 최근 기후변화로 주요 구성원인 미세조류와 플랑크톤 군집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세종기지의 해양대원으로서 주변 해역에서 플랑크톤 군집 구조의 변화를 관찰해 전 지구적 환경변화가 국지적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리안소만은 세종기지 앞에 위치한 해안의 굽은 지형이다. 수십미터 높이의 거대한 마리안소만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환경으로 다양한 남극해양생물이 서식한다. 특히 여름철엔 빙하가 많이 녹아 염분, 수온 변화가 커 많은 해양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 시사위크

◇ 킹조지섬의 심장 ‘마리안소만’ 정점 조사도 진행

해양대원의 일은 부두 앞 해수 조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마리안소만(Marian Cove) 정점 조사’다.

마리안소만은 세종기지 앞에 위치한 해안의 굽은 지형이다. 수십미터 높이의 거대한 마리안소만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환경으로 다양한 남극해양생물이 서식한다.

특히 여름철엔 빙하가 많이 녹아 염분, 수온 변화가 커 많은 해양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정점 조사는 마리안 소만 주변의 시간별 해수 성분, 수온 변화 등의 변동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다. 세종기지에서 운용하는 소형선박을 타고 7개의 마리안소만 인근 정점 지역으로 이동한 후, 해수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해수 채취는 바다의 깊이별로 10미터의 얕은 곳부터 수백미터에 이르는 깊은 곳까지 다양한 수심에서 진행된다. 바닷물은 깊이별로 성분과 온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은 샘플은 기지로 돌아가 무기탄소, 질소 및 탄소 안정동위원소 분석과 미세조류 정량, 정성 분석용 시료 제작 등에 사용된다.

얕은 바다에서 진행되는 부두 앞 모니터링과 달리 마리안소만 정점 조사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가운 바닷물을 쉬지 않고 샘플 채집 주머니에 담아야 한다.

이때 몸이 젖는 일이 많아 체온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200미터 수심에서 끌어올리는 해수 채취 용기의 무게도 상당하다. 이를 끌어올리는 김종훈 대원의 이마는 차가운 남극 날씨가 무색하게 땀방울이 맺혔다.

김종훈 대원은 “마리안소만에는 거대한 빙하가 자리 잡고 있는데 하계 기간에 높은 온도로 녹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쏟아진 유빙은 인근 해역의 염분과 수온, 무기질 등의 성분 농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곧 주변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계 기간 3회, 동계 기간 2회 시행하는 정점 조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마리안소만 지역의 해수 조사는 남극 해양의 미생물 군집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정점 조사는 마리안 소만 주변의 시간별 해수 성분, 수온 변화 등의 변동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다. 세종기지에서 운용하는 소형선박을 타고 7개의 마리안소만 인근 정점 지역으로 이동한 후, 해수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 시사위크

◇ 뜨거워지는 바다, 우리 밥상을 위협한다

김종훈 대원은 다른 베테랑 월동대원들처럼 능숙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사실 남극 월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남극 월동대를 다녀온 선배를 만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남극의 매력에 빠져 이번 38차 월동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우연한 계기로 합류했지만 세종기지에서의 월동대 임무는 김종훈 대원 개인의 연구에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김종훈 대원의 전공은 해양생태학이다. 월동대에 지원하기 전 한국 해역에 서식하는 주요 어류종의 생태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연구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남극은 그 연구의 폭과 깊이를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김종훈 대원의 말이다.

김종훈 대원의 대표적 연구는 계절에 따른 ‘자치어’의 분포 변동이다. 자치어란 알에서 부화해 변태에 이르는 어린 물고기다.

김종훈 대원은 동해 울진 연안 10개 정점에서 계절별로 자치어를 채집한 후 계절별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수온 변화가 자치어들의 분포도, 종 다양성 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훈 대원은 “어린 물고기들은 온도 1~2도만 달라져도 죽어버릴 정도로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며 “이는 곧 기후변화가 어류 자원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대원은 "세종기지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임을 몸소 느끼게 된다"며 과거 기록과 비교해 보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해양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실제로 국제 연구진들 역시 김종훈 대원과 유사한 연구를 내놓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스웨덴 농업대학교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대서양 대구(Gadus morhua)는 지구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에 노출된 결과, 대사량이 증가해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대구의 개체수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김종훈 대원은 “세종기지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후변화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임을 몸소 느끼게 된다”며 “과거 기록과 비교해 보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해양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에서는 단기적인 기상 변화와 장기적인 기후 변화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관찰을 통해 변화의 원인과 그 영향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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