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달다는 그 친구 알코올 중독이 아니에요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저녁, 시원하게 소주 첫 잔을 비우는데, 어? 오늘따라 술이 달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 유튜브 댓글로 "소주가 유독 달게 느껴지는 날이 있는데 그냥 기분 탓인건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우리가 술을 마실 때 어떨 땐 단맛이 나고 또 어떨 땐 쓴맛이 나는 건 왜 그럴까. 국제호텔직업전문학교 박성민 교수(대한칵테일조주협회 이사)는 체력적으로 힘든 날일수록 미각을 포함해 우리 몸의 전체적인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주의 쓴맛에 둔감해진다고 했다.

국제호텔직업전문학교 박상민 교수
"체력적으로 이제 무뎌지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너무 힘들고 그러면 모든 신체적인 부분의 혀 부분에 대한 것들이 긴장 상태를 두지 않고 축 쳐져 있는 어떤 느낌이거든요. 그러면 술을 한 잔을 딱 들이켰을 때 컨디션이 좀 괜찮으면 그런 부분(쓴맛)에서는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에 대해서는 감각 자체가 많이 떨어진다는 거죠"

어떤 술이 똑같은 강도의 단맛을 갖더라도 본인의 컨디션과 같은 여러 변수에 따라 그날의 술맛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두번째 이유는 유전적 차이. 미각 유전자가 사람마다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쓴맛 유전자로 알려진 TAS2R38이란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의 유형에 따라 쓴맛을 느끼는 민감도가 100배 이상이라는 연구도 있다.

이건 쓴맛 유전자 관련 연구를 수행했던 국립암센터 김정선 교수가 왱에 보내온 서면 답변인데 “이 유전자(TAS2R38)가 혀에 존재하는 쓴맛 수용체를 인코딩하는 데 관여하며, 특정 유형을 가진 사람은 쓴맛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다만 김정선 교수는 오이와 같은 채소의 쓴맛 인식에도 이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일부 연구들은 TAS2R38 유전자가 그럴 수 있다는 걸 시사하지만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주 제조업체에도 물어봤는데 여기서는 역시나 소주의 맛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
“소주의 유통기한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실에서 보듯이 소주는 다른 주류 제품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제품입니다. 다만 일광 및 고온 상태에서 수개월 이상 장기간 보관하게 되면 제품 성분들이 변해서 이취(이상한 냄새), 이미(이상한맛)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취재하면서 추가로 소주의 쓴맛과 관련해 인터넷을 떠도는 속설들도 살펴봤다. 대표적으로 첫 잔이 가장 쓰다는 말. 가벼운 성질을 띠는 에탄올의 아세트알데하이드 성분이 위로 올라오는 탓에 첫 잔이 가장 쓰다는 얘기가 있는데 하이트진로 입장은 예전엔 그랬을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

하이트진로 관계자
"소주의 주 성분인 발효 주정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생성될 수 있는데 과거 80년대에는 주정 제조 기술의 문제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미량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주정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므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술잔을 채우기 전에 병을 흔들거나, 뚜껑을 열고 두 손가락으로 탁- 쳐서 술을 일부러 흘리는 행동들은 의미가 없다는 거다.

국제호텔직업전문학교 박선희 부학장
"소주는 스크류캡이니까 공기가 통하지는 않지만 와인 같은 경우는 코르크로 돼 있을 때는 그게 다 통기성이거든요. 공기가 통하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산소를 얼마나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서 변화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소주 같은 경우에는 이게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그런 전제 하에서는 그게 1, 2년이 가도 그렇게 변한 성분을 느낄 수는 없으실 거예요"

이외에도 제조공장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속설이 있는데, 각 공장마다 사용하는 물이 달라서 제품의 단맛과 쓴맛의 정도가 다르다는 얘기다. 이 문제 역시 제조업체 측은 공장별로 물이 다르더라도 표준화된 정밀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의 품질은 같다고 했다.

이렇게 소주에 대한 분석을 한바탕 하고나니 갑자기 소주가 또 땡기는데 소주가격 오른다는 소식에 기분이 급우울해지고 쳐지는 느낌이다. 그럼 소주의 단맛이 더 확 느껴지는 걸까?